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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문웅 4시간전

뜨레베르소네(6)

6. 단풍놀이 계획

칠수는 추수를 마무리하고 가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한편, 완수는 여전히 게으른 농부의 일상을 이어가며 스마트팜 관리만 하느라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다. 그날도 두 사람은 마을 회관 앞에서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문득 칠수는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야, 완수야, 요즘 단풍이 참 곱던디, 추수도 끝났고 우리 동네 사람들 다 같이 단풍여행이나 가보면 어쩔까?" 칠수는 신나서 말했다.

완수는 눈을 반짝이며 칠수에게 손뼉을 쳤다. "너 참, 오랜만에 똑똑한 얘기 현다! 그런 건 당장 추진해야 하능겨!" 완수는 단풍 구경을 떠올리며 기대에 차 있었다. 그러자 칠수는 자신감에 차서 "그럼 내가 바로 추진헐께!"라고 말하고는 재빨리 관광버스 업체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해버렸다.


버스 예약을 마치고 칠수는 한껏 신난 얼굴로 마을 회관으로 달려갔다. 마을 회관에 도착한 칠수는 마이크를 잡고 동네 방송을 시작했다.


"아, 아, 마을 주민 여러분! 마을 대표농부 칠수 인사드려유! 우리 동네 어르신들과 주민들 모두 함께 단풍 구경 가볼라고 관광버스를 예약했시유! 날짜는 다음 주 토요일, 장소는 우리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수덕사로 가는 거요! 가실 분들은 내일까지 마을 회관으로 오셔서 신청해주시고, 점심 도시락은 각자 준비해 오시구유. 음료수랑 술은 지가 준헐께유. 그동안 고생들 허셨으니께 잠깐 쉬다 오셔유!"


칠수의 방송이 끝나자마자 마을 곳곳에서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어르신들과 마을 사람들은 한동안 단풍 구경을 못 간 터라 칠수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몇몇 주민들은 마을 회관으로 몰려와 "나도 갈라유!"라고 외쳤고, 다른 이들도 이내 참가 신청을 하러 왔다.


완수는 칠수의 발 빠른 행동에 감탄하며 그에게 말했다. "아이고 칠수야, 너 진짜 제대로 했구먼. 이러다 우리 마을에서 니가 이장 해야 쓰겄어." 옆에 있던 이장이 헛기침을 한다.

칠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에이, 뭐 그런 건 아니고, 마을 사람들 다 같이 가면 재밌을 것 같아서 그런 거지유. 


완수는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암만, 내가 이참에 정희 씨한테도 얘기해서 같이 가자고 해야겠구먼!" 칠수가 완수를 가로막고 말했다. 어..완수야! 정희씨는 내에가 말헐꺼니께 거긴 걍 놔둬. 알았지잉?

칠수가 그렇게 나오자 완수는 슬쩍 머리를 긁적였다. "정희 씨도 같이 가면 좋겠제. 이번 단풍 여행은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겄네."


그렇게 마을의 단풍여행 계획은 칠수의 적극적인 추진력과 완수의 응원 속에 점점 구체화되어 갔다.

그날 밤, 칠수는 들꽃을 한다발 꺾어서 정희에게 찾아갔다. 그 자리엔 완수가 와인을 들고 벌써 와 있었다. 칠수는 얼른 꽃다발을 등뒤로 숨기고 자리에 비틀면서 앉았다.


완수 너는 지금쯤 스마트팜인지 뭔지 한참 일할 때 아녀?

이잉...자동화로 바꿔 놨어. 그라고 우리 이쁜 정희씨와 우아한 와인 한 잔 헐까 해서 왔구먼!

고거 잘됐네. 나도 목이 한참 말랐구먼 칠수가 말했고

그려? 어여 와서 지하수나 한 사발 햐! 완수가 말했다.

정희는 항상 티격태격하는 두 친구 덕분에 충분히 위로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와인을 한 두 잔 들이킨 후 칠수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 정희씨? 담주 토요일 별 새끼줄 없쥬?

완수가 말했다. 넌 참 무식허게 새끼줄이 머여? 시케줄 따라히봐. 스께줄

칠수는 입을 삐죽 거리고 정희를 다시 바라보았다.


아... 아까 방송하시던 그 내용이요? 단풍놀이?

근데 어쩌죠? 그날이 돌아가신 우리 남편 기일이에요?

칠수와 완수는 순간 썩은 표정을 지으며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방송까지 다 한 상태라서 취소나 연기도 할 수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칠수의 계획은 무산되었고 다음 주의 단풍놀이는 칠수와 완수의 술잔치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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