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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13)

말의 길이

by 이문웅

반성하고 후회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사유한다. 우리는 화를 낼 때 말이 짧아진다. 그 순간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서 상대방이 상처를 입기 바라면서 온갖 쓰레기들을 입에 모아서 내뱉는다. 여러분들은 그러실 분이 한 분도 안 계시겠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하물며 아직도 사랑하는 아내에게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그 말의 길이가 사람의 마음을 순화시켜준다는 생각이 든다. 마치 말의 길이는 천사의 손길 같아서 조금 더 길게 말을 늘이면 이상하게도 화가 사라짐을 느낀다.

그래서 반복해서 길게 말해봤다.


당신이 말이야! 그렇게 말해서 시작된 싸움이잖아!

이 말을 "다앙시인이 그으러케 마알해에서어,..."이 글을 쓰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와... 말을 길게 하는 습관은 혹은 규칙은 화를 제어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구나!


나는 웃으며 사유한다.

우리는 너무 풍족한 세상에서 상대적 결핍과 제도적 모순으로 삶의 고통을 겪으며 살고 있는지 모른다.

부부가 혹은 가족과 혹은 친구와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다투게 되었을 때 조금만 느리게 그 과정을 진행시킨다면 적어도 생각하며 숨 돌릴 틈은 생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내 마음도 상대방의 마음도 다치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조금만 말을 느리게 하며 하루를 지내보자.

상대방이 혹시 " 아유, 답답해! 빨리 말해" 그러면 웃음으로 반응하는 하루.


그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다투지 말고 하루를 살 수 있는 지혜를 갖는 것이 더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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