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예전 지리산 생활 때 겪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 몇 자 적어본다.
때는 2009년 가을 즈음이었을 거다. 스승을 뵈러 지리산으로 가던 중 하루는 이상한 기운으로 이상한 곳에 당도했다. 그때 내가 느끼던 이상한 기운은 지금으로서 글로 설명하자면 거짓말처럼 들릴 수 있기에 그 정도로 하고 어쨌든 이상한 곳이었는데 폐가가 있었고 그곳엔 오래된 장독들이 있었다.
예전에 사람들이 살다가 간 곳이었으리라. 무심코 차에서 내려 호기심에 주위를 둘러보았고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장독들을 열어보았다. 큰 장독에는 아주 오래된 된장들이 하얀 곰팡이 가 덮인 채 바닥에 붙어 있었고 또 한 곳에는 간장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니 깊이 묻혀있는 장독이 있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저건 김치다.라고 생각하고 신나서 차에 있던 낚시용 아이스 박스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일회용 비닐장갑까지 꺼내서 장독을 여니 아니나 다를까 완전한 신냄새가 코를 콱 찔렀다. 나는 본래 홍어 삭힌 것도 못 먹는 완전한 기호지방 사람이라서 순간 뒤로 물러섰지만 묵은지 김치찌개 생각에 위를 걷어내고 속에 있는 김치를 꺼내보았다. 그러나 그것은 김치 색깔이 아니었다. 표현할 수 없는 누런 빛과 강한 젓갈 내음이 나의 신경을 건드렸지만 젓갈이 많이 들어가면 갈수록 좋아하셨던 스승님 생각에 나는 몇 포기를 꺼내고 그곳에 절을 세 번이나 하곤 가지고 왔다.
그런데 그 김치가 씻고 또 씻고 또 씻어도 김치로 보기엔 아닌 냄새 그저 젓갈에 배추를 담갔다가 꺼내 듯한 것이었다. 하루 종일 물에 담가놔도 그 젓갈의 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끓였다. 된장을 넣고 온갖 재료를 넣고 끓였다.
저녁 식사에서 조금 꺼내 참기름까지 둘러서 내어 놨더니 스승님께서는 젓가락으로 몇 번을 들었다 놨다 하시더니 입으로는 가져가지 않으셨다.
결국 그 김치는 잘게 잘라서 절박 고양이 밥으로 주었는데 고양이도 안 먹었다.
결국 참치를 사서 참치와 같이 섞어 주었더니 참치만 골라 먹고 김치는 고스란히 남았다.
거의 그 해 겨울까지 나누어 버린 그 김치.
세상에 버릴 김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