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 랩스
#1. 인 랩스
연구실 안은 오랜 세월 동안 한 자리에 머물렀던 기구들이 다 말라버린 유물처럼 보였다. 벽에는 여전히 연구원들이 그려놓은 복잡한 공식과 메모들로 가득 찬 오래된 백보드가 걸려 있었고, 그 옆으로는 수많은 실패와 미완성된 실험 결과들이 무수히 쌓여 있었다. 낡아버린 장비들은 기계음을 내며 간신히 돌아가고 있었고, 탁자 위에 놓인 여러 서류와 자료들은 한눈에 봐도 급히 작성된 기색이 역력했다. 여러 개의 커피잔은 연구원들의 밤을 지새운 흔적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 방 한가운데, 비밀스럽고 정교한 장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것은 '라이프캡슐'이라 불리며, 금속과 유리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내부에 미세한 유체가 흐르는 관이 연결되어 있고, 전원은 계속해서 깜빡이며 불안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라이프캡슐을 둘러싸고 있는 유리벽은 빛을 반사하며, 마치 그 내부에 담긴 것이 쉽게 열리지 않는 또 다른 세계의 문처럼 느껴지게 했다.
연구원들은 모두 피로에 찌들어 있었지만, 그들의 눈빛은 달랐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서 라이프캡슐의 미세한 진동을 느끼며, 머릿속으로 가능성을 계산하고 있었다. 한 연구원은 피곤에 짓눌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리며, 차가운 손끝을 라이프캡슐의 투명한 표면에 대었다. 다른 연구원들은 마치 기적이 일어날 준비를 하듯 숨을 멈춘 채, 황우혁 박사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다.
황우혁 박사는 그들이 느끼는 부담과 기대, 그리고 끝내 풀어야 하는 수많은 과제들 사이에 서 있었다. 자신 역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그들 모두가 그의 눈길을 잠시 스쳐갈 때마다, 황 박사는 자신이 이끌어온 연구의 무게를 더 크게 실감했다. 피곤과 불안, 그리고 희미한 희망이 뒤섞인 이곳에서, 연구원들은 마치 무언가 중요한 일이 곧 일어날 것처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조심스레 일어선 연구원 중 한 명이 라이프캡슐의 전원을 다시 점검하며, 작은 소리로 "모두 준비됐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내, 연구실 전체가 정적에 휩싸였고, 오직 라이프캡슐의 미세한 진동음만이 공간을 메웠다.
연구실의 공기는 묘하게 긴장감으로 꽉 차 있었다. 벽에는 이미 여러 번의 실패를 기록한 연구 결과들이 붙어 있었고, 그 앞에서 서성이는 연구원들의 표정은 지친 듯하면서도 어딘가 간절한 느낌이었다. 이들은 라이프캡슐이라는 이름의 복잡하고 커다란 기계를 둘러싸고, 마지막 준비를 점검하고 있었다.
라이프캡슐은 그야말로 거대한 장치였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전선과 수많은 패널이 마치 미래를 가리키듯 연구실 한쪽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중앙에는 두꺼운 유리로 된 캡슐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안에서 에너지를 추출할 실험 대상이 놓일 예정이었다. 기계는 무겁게 낮게 웅웅 거리고 있었고, 연구원들은 이 소리에 익숙해진 듯 아무런 동요 없이 모니터와 패널을 신중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곳저곳에 고정된 모니터에서는 각종 숫자와 그래프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고, 연구원들은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해 두 눈으로 검토하고 있었다.
원숭이를 실험에 투입하는 순간이 다가왔다. 연구실 한쪽 구석에는 실험에 투입될 원숭이가 철창 안에서 낯선 기계를 바라보며 작은 움직임을 보였다. 연구원들은 모두 진지한 표정으로 원숭이를 바라보며, 눈앞에 다가온 실험의 의미를 곱씹고 있었다. 황우혁 박사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연구원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 순간, 실험의 결과가 무엇이 될지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었기에,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고 있었다.
"준비 완료, " 한 연구원이 작고 분명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그 소리가 연구실에 울리자마자 모든 사람들은 긴장된 침묵에 빠졌다. 지금까지 수없이 반복한 시뮬레이션과 연구 결과가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지만, 실제로 원숭이를 캡슐 안에 넣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황우혁 박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원숭이를 옮기라고 지시했다.
연구원들이 신중하게 움직였다. 철창의 문이 열리자 원숭이는 순간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지만, 연구원들은 그를 조심스럽게 이끌었다. 마침내 원숭이가 라이프캡슐의 내부로 들어가자, 기계가 자동으로 캡슐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유리문이 천천히 닫히는 동안, 연구원들은 숨죽이며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수백 번의 연습과 실험을 통해 이 순간을 기다려왔지만, 여전히 무언가 돌발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유리문이 완전히 닫히고, 캡슐이 밀폐되자마자 연구원들은 모두 잠시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았다. 잠시 동안 그들은 무언가 기도하듯 고요한 시간을 보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에 대비한 짧은 묵념이었다. 황우혁 박사 역시 두 손을 마주 잡고 눈을 감고 있었다. 이는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인류의 생명과 에너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게 될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묵념이 끝나고, 연구원들은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한 연구원이 떨리는 손으로 조작 패널을 만지작거렸다. 연구실의 긴장된 공기 속에서 연구원들은 서로에게 작은 신호를 보내며 실험을 차근차근 진행해 나갔다. 모든 세부 사항을 확인한 후, 황우혁 박사는 캡슐의 에너지 추출 과정을 시작하라는 신호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