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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Oct 28. 2024

단상(6)

임산부석에 관하여

지하철을 탈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풍경이 하나 있다. 노약자석에 앉는 젊은것들과 임산부석에 앉는 여자들이다. 예전엔 노약자석에 앉은 한 무식한 여자와 실랑이를 하다가 하마터면 맞아 죽을 뻔 한 사건도 있었지만 요즘은 눈을 돌린다. 그리고 기도한다. 하느님, 가다가 제발 계단에서 한 번만이라도 넘어져서 벌을 받게 하소서! 하늘이 그런 기도를 들어줄 이유는 없지만.


그리고 요즘 특히 많이 보이는 건 임산부석의 뻔뻔한 여자들이다. 나이를 먹었든 안 먹었든 자기와 똑같은 여자를 위해 만들어 놓은 좌석을 그들은 완전히 무시하는 족속들이다.

예전엔 미안해하며 피곤하고 어딘가 아픈듯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행동에 무언의 변명을 했다.

그런데 요즘은 뻔뻔하다. 그런데 그런 행동은 거의 대부분이 여자들이다. 같은 여자들!


오늘은 한참 뻔뻔하게 임산부석에 앉아 있던 왠지 무식하고 경우가 없을 것 같은 여자에게 우선 쳐다봐 주었다. 이 눈 길의 의미를 알아주길 바라며.

그런데 그 여자는 내 눈과 마주친 후 의식을 하면서도 애써 외면했다.

두 번째 시도! 나는 한 한참 쳐다본 후 눈이 마주칠 때 손가락으로 옆을 가리켰다. 그제야 미안한 듯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의 옷차림과 화장은 일반적 나이에 맞지는 않았다.

중국인인가? 한글을 몰라서 그런가?라고 생각하다가

그 여자 내리면서 중얼 거린다.

병신 새끼! 왜 참견이야! 라며.


대한민국의 민주화는 국민 수준을 하락시켰을까?

평균은 올라갔는데 하위권이 그냥 자유와 평등만 요구하나?


하루 종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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