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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타오 Nov 09. 2024

비오는 도시

가끔 느끼는 거지만 어느 비 오는 날 비를 맞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내 맘에 자유가 있어서이다. 얼마 전 이란에서는 한 여성이 나체 시위를 했다. 온몸을 헝겊으로 싸매야 하는 나라에서 여성이 시위를 한 것이다. 비 오는 날은 그렇게 내 안으로부터 샘솟는 자유의 에너지가 더 솟아난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돌아이 같은 행동은 자꾸만 자꾸만 억제된다.


비가 오는 날의 행복한 기억들은 오로지 김치부침개다. 우리는 결혼 초에 서로 비 오는 날이면 김치부침개를 부쳐서 먹었다. 얇고 바삭하게 부치는 김치 부침개는 신혼시절 행복했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더 어린 시절 멋모르고 세상에 마구 부딪히던 시절 비 오는 날의 시위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80년 중반에는 비 오는 날이면 시위를 하지 않았다. 그 당시는 화염병이 중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돌과 각목과 더불어 최고의 무기였기 때문에 화염병에 불을 붙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동의대 사태 이후 화염병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그리고 한참 후에 농민 한 명이 물대포에 맞아 죽었다. 그날이 비가 왔었는지는 기억이 분명하진 않지만 생명을 아무렇게만 생각하는 사람도 문제였지만 그런 사람에게 물대포를 쏜 경찰도 지금은 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내게 비가 오는 날로 인식되어 있다.


비 오는 날은 차가 이상하게 더 막힌다. 그래서 우린 평소보다 일찍 길을 나선다.


비 오는 날 실직했든지, 실연했든지, 실패했든지 어떤 종류든지 잃어버렸다면 참 슬퍼지는 날이 된다.

나는 예전에 홧김에  직장을 그만둔다고 하고 나왔는데 비가 왔었다. 화가 난 마음을 삭히려고 한참을 걸었는데 우산이 없었다. 그러다 어느 포장마차에 들어가서 한참 취했던 기억은 아프다.


우리가 평생 사는 동안 비가 오는 날은 며칠이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맑은 날보다 많지는 않을 거다. 당연히. 그런 적은 날에 겪었던 일들 중에 특별한 경험이 없다는 것은 당연할 수도 있지만 어찌 보면 아쉬운 일일수도 있다.


이제 가을비가 한 번 더 내리면 기온이 급강하할 수 있다. 그렇게 비 오고 나면 겨울이 우리 도시에 찾아올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AudraMmPoM&list=RDH2Eb-GzVQ3M&index=3


바람이 불고요

거센 비 내려요

바람에 나무들

춤추고 있고요


집 잃은 새들은

갈 길을 잃고서

회색빛 하늘을

빠르게 날아요


불 꺼진 빌딩숲

사람은 사라져

외로운 도시는

어둠이 내려요


느려진 자동차

불빛만 빛나요

외로워지네요

그리워지네요


내리는 빗소리

시원해 지구요

차가운 가슴엔

슬픔만 더해요


비 오는 거리를

걸어가 볼까요

우산도 없이

걸어가 볼까요


간주


불 켜진 거리엔

사람이 없고요

외로운 도시는

어둠이 내려요


느려진 자동차

불빛만 빛나요

외로워 지내요

사랑을 잃은 나


내리는 빗소리

시원해지고요

차가운 가슴에

슬픔만 더해요


비 오는 거리를

걸어가 볼까요

우산도 없이

걸어가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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