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건 말이 없다.
묵묵히 흘러가는 강처럼,
바람이 스쳐 가는 들녘처럼,
그저 있는 듯 없는 듯,
사람을 품는다.
깊은 건 빛이 없다.
하지만 어둠 속에서도
흐르는 방향이 있다.
별처럼 느릿하게,
끝내는 확실하게
마음의 길을 비춘다.
깊은 건 소리가 없다.
깊은 숲의 나무들처럼,
세월을 머금은 바위처럼,
고요 속에서만 들리는 울림을 지닌다.
깊은 건 무게가 없다.
지나간 자리는 흔적도 없다.
한 줌 흙에 스미는 이슬처럼,
세상 어느 곳에든 쉼 없이 머문다.
깊은 건 이름이 없다.
이름 없이 와서는
모든 것을 안아준다.
깊은 건 그렇게,
어디에도 없으나
어디에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