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길 끝에 멈춘 발걸음,
얼어붙은 아스팔트 위에
홀로 선 그림자가 떨린다.
세상은 침묵으로 메말라
누군가의 눈길조차
차가운 바람 속에 그립다.
식탁 위에 놓인 빈 그릇처럼
홀로 보낸 밤도 텅 비었다.
함께했던 시간은 먼지처럼 흩어지고,
식어버린 손길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랑은 메말라 비명처럼 사라지고,
검은 우주 속으로 소멸되어 간다.
골목 끝 작은 불빛 아래,
손수레를 끌던 노인의 걸음은
어디로 향하는지 모른다.
노동에 익숙한 가난은 더 깊어지고,
가진 것 없는 몸만이
더 시린 법
시리다, 이 세상 모든 것이.
살아 있는 듯, 살아 있지 않은 듯,
외로움 속에서 서로를 잃어가는 도시.
그 속에서 다가오는
겨울을 녹이는 생명 같은
훈훈한 손길
각박한 세상,
끝나지 않겠지만,
너의 그 따뜻한 마음 하나
움츠리고 옹색한 세상
거리엔 천사들
작은 그 마음 모아
생명은 또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