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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 동백

by 이문웅

바다를 안고 부는 바람
천년의 이야기꾼
층마다 붉게 내민 입술
묵묵히 겨울을 견딘다.

눈 쌓인 등줄기, 어깨 위로
하늘과 맞닿은 고요함
박새 한 마리, 먼바다 보며
생명을 노래한다.


끝없이 부르는 4월의 노래
시간을 열고 계절을 보내며
동백은 다시 그 품 안에서
아픔도 사랑을 안고 잠든다.

눈바람에 떠는 가녀린 꽃 목
어느 아침 한 줄기 햇살을 받아
아우성에 견디다 떨어지며
너는 여전히 숨을 품었다.

조용히 흙 위에 누운 꽃잎들
바다로 간 어멍의 편지인가!
말없이 흐르는 시간 위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눈물의 흔적들.

붉은 꽃이 지고 나면
남겨진 건 아픔의 여운,
수줍은 열정으로 부르는
물질 나간 어멍의 노랫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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