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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음표를 잃었다.

by 이문웅

바다가 음표를 잃었다.
밤마다 보던 어부는 어느새
일출에 세상 등지고
남은 사람은 아직 섬 한
달맞이꽃이 되었구나.

해 질 무렵까지 들리던
두건 쓴 아낙들의 웃음소리
물질하며 내뱉는 휘파람
바람 따라 떠난 나그네처럼
이제 낯선 옛 그림자.

텅 빈 부두에 다가온 파도
온몸으로 흘리는 그리운 눈물
아낙들의 손끝에 말라가던 생선
한적한 섬길 어디에도
헤어진 것들의 슬픈 여운뿐.

쓸쓸하게 사라지는 태양을 보며
마지막 어부는 다시 바다로
밤을 밝히는 이들의 간절한 바람
여전히 꿈틀대는 생명의 의지.

바다가 잃어버린 음표는
그물 속 오케스트라의 연주,
탁탁, 촤악, 투둑, 철썩, 파드득,
그물은 다시 바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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