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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면 이긴다.

by 이문웅

오늘 아침, 영하 8도의 추위가 작은 오피스텔 창가를 뚫고 들어왔다. 밤새도록 틀어 놓은 난방기가 허공에 흩어진 한기를 완전히 막아내지 못했다. 차가운 공기가 창문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내 피부를 스치며 싸늘한 감각을 남겼다. 그 순간 퍼지는 한기가 나를 움츠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내 깨달았다. 이 차가운 공기가 나를 깨운다는 사실을. 겨울은 사람을 냉정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따뜻한 침대 속에서 더 머물고 싶은 유혹을 느끼면서도, 나는 담요를 걷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책상 위에 올려둔 펜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 노트, 그리고 나의 의지. 어쩌면 이 작은 방 안에서 나를 지탱해 주는 모든 것일지도 모른다. 차갑게 식은 방 한구석에 앉아 펜을 잡았다. 뺨을 스치는 겨울 공기의 싸늘함을 애써 무시하며 나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왜 글을 쓰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단순하다. 버티기 위해서다.


내가 펜을 잡는 이유는 열정도 아니고, 대단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도 아니다. 지금은 그저 버티기 위해 쓴다. 누군가에게는 글쓰기가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의 도구일지 몰라도, 내겐 버팀의 도구다.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한 줄 한 줄이 나를 붙잡아 주고, 이 냉혹한 현실 속에서 중심을 잃지 않게 도와준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나 자신이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는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느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일들,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무심한 시선이 나를 짓눌렀다. 세상은 너무나 냉정했고, 그 안에서 나는 한없이 작아 보였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버티고 있지?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이유가 있나?” 그 질문에 대한 답은 항상 같았다. “지금 멈추면 여기서 끝이니까.”


그 답은 나를 붙잡아 주었다. 지금 당장은 보이지 않지만, 끝까지 버티면 변화는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이 오듯이, 어둠이 아무리 짙어도 언젠가는 아침이 찾아오듯이, 버티는 자에게는 분명 언젠가 빛이 비칠 것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그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다. 글을 쓰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냉혹함도, 주변의 무심함도 나를 흔들지 못한다. 펜 끝에서 흘러나오는 글자가 나를 보호막처럼 감싸주고, 그 안에서 나는 온전히 나 자신으로 존재한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주변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으며, 오직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쓴다.


때로는 너무 힘들어서 눈물이 흐르기도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 앞에서 절망감을 느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내가 지금 여기서 포기한다면, 그동안 버텨온 시간들이 무의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버티면 이긴다.” 이 짧은 문장은 나의 신념이자 다짐이다. 내가 버텨온 시간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자, 앞으로도 계속 버텨내겠다는 약속이다.


추위에 닫힌 창문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유리창 너머로 회색빛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얼어붙은 세상이지만, 그 너머에는 분명히 따뜻한 햇살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나는 펜을 든다. 내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작은 한 줄 한 줄이 내일의 나를 위해 남길 수 있는 가장 큰 증거다.


버티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나를 포기하게 만들고, 모든 상황이 내게 “멈춰도 괜찮아”라고 속삭이는 순간에도, 나는 나 자신과 싸워야 한다. 버틴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와의 싸움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믿고 나아가는 것이고, 내 안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버틴다는 것은 단순히 참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용기이고, 의지이며, 나 자신을 향한 약속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글 한 줄이 모여 희망이 되고, 희망이 모여 위로가 된다. 그 위로가 나를 지탱해 주고, 내일로 나아갈 힘을 준다.


펜 끝에서 만들어진 글자는 가슴속에 남는다. 이 작은 방 안에서 만들어진 글들은 언젠가 내가 버텨온 시간들을 증명할 것이다. 세상이 아무리 차갑고 냉혹해도, 내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남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버틴다. 그리고 나는 이길 것이다.


얼어붙은 아침 공기를 마시며 나는 다짐한다. 오늘도, 내일도, 그다음 날도. 나는 계속 버틸 것이다. 그렇게, 반드시 이길 것이다.


https://youtu.be/9eIDFo4UuSk?si=paOBWn8rn9TAcO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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