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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되, 지켜본다

새로운 공화국 출발에 즈음하여

by 이문웅

2025년 6월 2일 밤, 이재명 후보가 대한민국 제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선거는 끝났고, 절차는 완결됐다. 그러나 절차의 인정이 곧 전적인 신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치는 신뢰 위에 서야 하지만, 권력은 감시 속에서만 정당해진다. 우리는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되, 과거를 잊지 않고 현실을 똑바로 마주한 채, 냉철하게 지켜볼 것이다.


대장동, 백현동, 대북송금, 법인카드 유용 등 그가 안고 있는 수많은 사법적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는 단지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그것은 국정의 도덕성과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문제다. 우리는 권력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다. 『한비자』에 나오는 "망중유간(網中有間)", 그물 속에도 틈이 있다는 말처럼, 권력이 아무리 촘촘해도 감시의 틈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우리는 그 틈에서 권력을 바라보며 기록하고 판단할 것이다.


고대의 임금은 모든 것을 직접 볼 수 없었기에, 신하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 오늘날 그 역할은 언론과 시민이 나눠 맡는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이미 언론의 상당수는 돈과 권력에 결탁했다. 일부는 권력의 홍보처로 전락했고, 일부는 상업적 이익과 결탁해 진실을 흐리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시민 스스로가 "이목지신(耳目之臣)"이 되어야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말로 기록하고 행동으로 저항하는 감시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권력은 항상 겸손해야 한다. 말에서 내려 백성의 사정을 살핀다는 "하마인사(下馬印事)"의 정신처럼, 대통령은 높은 자리에 있을지라도 국민 앞에서는 늘 낮은 자세여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 많은 권력이 겸손 대신 교만으로, 대화 대신 독주로 흐르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우리는 "구밀복검(口蜜腹劍)", 말은 달콤하되 속은 칼이라는 교훈을 늘 되새긴다. 아무리 달콤한 언어도 행동이 따라오지 않으면 신뢰할 수 없다.


평가는 결국 "신언서판(身言書判)", 몸가짐, 언행, 판단력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대통령의 겉모습이 아닌 그의 결정과 결과로 국정을 평가할 것이다. 지금의 평온이 영원할 것처럼 착각해서는 안 된다. "거안사위(居安思危)", 편안할 때일수록 더 큰 위기를 준비하라는 말처럼, 지금이야말로 감시의 눈을 더 넓혀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이재명 대통령을 헌법 절차에 따라 인정한다. 그러나 결코 좌시하지 않는다. 그가 과거형 권력이 아니라 미래형 리더가 되기를 바란다. 디지털 빅맨의 시대는 기술이 아닌 신뢰와 기여, 공동체 중심의 리더십을 요구한다. 지금의 정부는 그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가교 정부가 되어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도구가 자유가 아닌 방종으로 흐르지 않도록, 우리는 기술 위에 윤리와 정의를 세워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변화의 출발점이 되는 가장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바로 사법의 공정성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진실은 바뀌지 않는다. 사법부는 이제 더 이상 정치적 고려 없이, 목숨을 거는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무너지는 순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질 것이다. 인정은 시작일 뿐이다. 우리는 지금, 더욱 철저히 지켜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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