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진공을 지나지 못한다.
그래서 우주에는 소리가 없다.
아무리 외쳐도,
그 외침은 닿지 않는다.
그건 물리의 법칙이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도,
때로 진공 속에 놓인 것처럼
절대적인 고요와 고립에 휩싸인다.
말해도 들리지 않고,
들려도 이해되지 않고,
이해되어도 닿지 않는 순간들.
가까이 있음에도,
서로를 너무 멀게 느끼는 시간들.
그래서, 우리는 기도한다.
기도는 말이 아니라,
말보다 더 오래 머무는 울림이다.
믿음이 있어서 기도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이 없을 때조차
무언가를 바라며 조용히 부르는 그 순간,
그 자체가 기도다.
기도는 목적이 아니라 상태다.
기대보다 간절함,
설명보다 간정(懇情).
그런 감정이 밀려올 때,
기도는 저절로 피어난다.
기도는 누군가에게 닿지 않아도 좋다.
기도는 오히려
말하지 않고도 나누는 마음,
말해도 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도는 내가 한다.
그러나 그 기도는
나를 위한 기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진짜 기도는
타인을 위해 자리를 내주는 일이다.
그 자리를 비워,
내 안에 누군가가 잠시 머물게 하는 일이다.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누군가를 지켜달라고,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달라고,
어떤 절망의 끝에서도
누군가가 손을 놓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렇게 남을 위해 기도할 때
내 안의 공허가 채워진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는 어둠 속에
작은 불빛이 켜진다.
그 빛은 크지 않지만 따뜻하다.
기도란,
스스로를 텅 비워서
연민과 사랑이 깃들 수 있도록
영혼을 정돈하는 일이다.
기도하는 마음에는
어떤 전쟁도, 분노도, 소유도 들어설 수 없다.
그 순간의 나만큼 평화로운 인간은 없다.
우리는 자주
삶이 너무 벅차서
“나부터 살아야지”라는 마음이 앞선다.
하지만 진정한 기도는
“너부터 무너지지 않기를”이라는 마음에서 출발한다.
그렇게 시작된 기도는
누군가에게는 빛이 되고,
다시 내게도 위로가 되어 돌아온다.
나는 누구를 위해 기도하는가.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
나보다 더 아픈 사람,
내가 사랑했거나
한 번도 만나지 못한 누군가를 위해.
그 이름을 한 번 떠올리는 것만으로
그 사람은 세상 어딘가에서
조금 덜 외로워질지도 모른다.
기도는 때로
말로 하지 않는 고백이다.
내가 여전히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마음으로 살아 있다는 증거다.
그 안부가 닿지 않더라도,
기도는 그 자체로
사랑의 흔적이 된다.
기도는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나는 점점 가벼워지고,
점점 단단해진다.
기도는 약함이 아니라,
자신을 비워
또 다른 존재를 담겠다는 강함이다.
그래서 기도하는 사람은 무너지지 않는다.
기도는 어느 날엔 무릎을 꿇게 하고,
또 어떤 날에는 다시 일어서게 한다.
내려놓는 순간,
새로운 것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진공 속에서도
우리는 외친다.
그 외침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나는 내가 진심이었다는 걸 안다.
그리고 그 외침은
나를 더 깊고, 따뜻한 쪽으로 이끌어간다.
침묵은 때때로
신의 목소리처럼 다가오고,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내 마음이 닿는 방향을 확인한다.
기도는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마음을 열게 만든다.
진공 속에서,
나는 너를 위해서,
너는 또 나를 위해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위해서
끝없는 기도를 하는 하루를 살자.
그렇게 우리는 또 하루를 살자.
내일도, 그렇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