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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 아래의 고백

by 이문웅

고백은 언제나 밤에 더 진하다.

낮의 분주함이 가라앉고,
침묵이 귀를 채우고 나면
마음속 깊이 접어두었던 말들이
조금씩 바깥으로 걸어 나온다.

우리는 낮에는 버틴다.
해야 할 말을 줄이고,
감정을 정리하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하루를 넘긴다.


하지만 밤이 되면,
특히 별이 보이는 고요한 밤이면
어쩐지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말하고 싶어진다.

별빛 아래에서 하는 고백은
소리보다는 떨림이다.
말로 꺼낸다기보다는
간신히 건너가는 용기의 한 조각
좋아한다, 미안했다, 아직도 그렇다,
고마웠다, 이해한다, 이제 괜찮다…
그 짧은 말들 속에
지나온 하루들이 다 담겨 있다.


고백은
자신을 내어주는 가장 조용한 방식이다.
마음을 감추지 않고,
말을 포장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나를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
그 일이 두렵고 떨리고 어렵지만,
그래서 더 인간적이다.

고백을 듣는 일보다
고백을 전하는 일이 더 어렵다.
그렇게 고백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가능성까지 품은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한다.
어딘가에서 별빛을 바라보며,
혹은 마음속 어둠 속에서
내 안의 가장 부드러운 부분을
누군가에게 내보인다.

별빛은 조용히 듣는다.
판단하지 않고,
이해하려 하지도 않고,
그저 들려오는 말을
가만히 받아주는 빛.

별빛 아래의 고백은 그래서
무너지지 않으려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이미 부서진 마음을 텔레파시로 전하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그 진심 때문에
누군가의 밤이 덜 외로워진다.

고백은 완전하지 않아도 된다.
어눌하고, 모호하고, 정리가 안 되어도
고백은 고백이다.

마음이 먼저 나가고,
말은 그 뒤를 따라가며,
침묵은 그 둘 사이의 떨림이 된다.

그렇게 고백은 화해가 된다.

별은 우주의 일부다.
그저 밤하늘을 장식하는 조각이 아니라,
우리가 방향을 정하고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고요한 나침반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 안에도 그런 별 하나쯤 품고 살아가길 희망한다.
그 별은 어떤 사람일 수도 있고,
어떤 기억, 어떤 소망, 어떤 상처일 수도 있다.

그 별은 늘 빛나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흐려지고,
가끔은 사라진 듯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길을 잃을 때마다 그 별은 조용히 우리를 다시 불러낸다.

어쩌면 우리는
그 별을 찾아내기 위해
한 평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별빛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은
세상의 한복판이 아니라,
가장 어두운 마음의 밤일 때다.



그러니
눈부신 순간보다
조용히 혼자가 된 시간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별을 마주하게 된다.

그 별은 대답을 주지는 않지만
묻지 않아도 방향을 가리킨다.
그 별은 약속하지 않지만
무너질 듯한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래서 고백이 필요한 것이다.
그 별을 향해,
내 마음의 중심을 조용히 가리켜보는 행위.

고백은 누군가를 향한 말이지만,
사실은 그 별을 향한 마음의 확언이다.
나는 이 길을 따라 걷고 있다고,
나는 이 별을 잊지 않고 있다고,
나는 오늘도
그 반짝임을 닮고 싶다고.

밤은 지나간다.
말하지 못한 마음은 늘 남고,
별빛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리의 고백은 별의 빛을 타고
아주 먼 누군가의 마음에도
닿을지 모른다.

고백은 다짐이기도 하다.


마음의 별을 잃지 않고 살아가겠다는 다짐.
다시 길을 잃더라도
그 별빛 아래로 돌아오겠다는 약속.

그리고 그 다짐이
오늘이라는 하루를
조금은 더 정직하게 살아가게 만든다.

별빛 아래에서,
나는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다시 확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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