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신세계(4)

4. 향락의 사슬

by 이문웅

천수는 이제 단순한 학생의 생활에서 벗어나, 민혁과 그의 친구들을 통해 접하게 된 새로운 세계에 점점 빠져들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민혁을 따라다니며 포커를 배우고, 당구장에서 시간을 보내는 정도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일상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민혁은 부동산 투자를 시작으로 천수에게 다양한 세상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과정에서 천수는 자신의 상상 밖의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치스러운 밤 생활과, 마치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사업 이야기는 천수에게 신비로움과 동시에 묘한 설렘을 안겨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민혁은 천수를 한 사무실로 데려갔다. 그곳은 기획 부동산 사무실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민혁이 이곳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천수는 점점 이해하게 되었다. 그들은 고급 부동산을 거래하거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사람들이었다. 천수는 점점 그들 사이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고,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그들의 삶에 자연스레 녹아들었다.


천수는 민혁의 친구들과 점점 더 친해지게 되었다. 그들은 처음엔 천수를 그저 민혁의 후배 정도로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천수의 성실함과 능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천수는 그들의 대화 속에서 자신이 몰랐던 세상의 이면을 배우기 시작했고, 그들에게서 나오는 경험담과 성공 스토리는 천수에게 큰 자극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큰돈을 벌고, 세상을 움직이고 있었다. 천수는 그들이 이룬 것들을 보며 점점 더 그들의 세계에 동화되었다.


그런 밤들이 이어지던 중, 어느 날 향락의 밤이 깊어가던 순간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클럽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웃음소리가 오가고 있었다. 천수는 그들과 어울리며 점점 그들의 일원이 되어가는 기분을 느꼈다. 그 순간, 은철이 천수에게 다가왔다. 은철은 항상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그의 갑작스러운 접근에 천수는 의아해했다. 은철은 작은 배낭을 천수에게 내밀었다. 천수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무슨 일인가 싶어 조심스럽게 가방을 받아 들었다.


"이게 뭐야?" 천수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은철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은철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천수는 천천히 배낭을 열어보았고, 그 안에 가득 찬 현금을 보고 순간적으로 말문이 막혔다. 가방 안에는 5천만 원에 달하는 현금이 빼곡히 들어 있었다. 천수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많은 돈을 한 번에 본 적도 없었고, 이 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돈이야?" 천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큰돈을 자신에게 건넨 이유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민혁이 천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하면서도 단호했다. "이제 널 우리 정식 파트너로 인정하기로 했어." 민혁은 천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이제 7인회가 아니라 8인회야. 너도 이제 우리 팀의 일원이야."


그 말은 천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는 이제 그들 사이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에 기뻤지만, 동시에 무언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불길한 예감도 들기 시작했다. '정식 파트너'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이 가방 속의 돈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천수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는 잠시 혼란스러운 마음을 정리하며 민혁을 바라보았다.


"이 돈은 어디서 난 거야?" 천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혼란과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민혁은 그 질문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그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건 지금 네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다. 중요한 건 이제 너도 우리와 함께 이 일을 한다는 거야." 민혁의 말은 천수에게 더 큰 혼란을 불러일으켰지만,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혁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고, 이미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천수는 그날 밤, 자신이 이미 깊은 수렁에 빠져 있음을 깨달았다. 더 이상 단순한 학생으로서의 삶은 끝났다. 그는 민혁과 그의 친구들과 함께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 세계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의 본질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천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그날 밤 이후로, 천수는 민혁과 그의 친구들 사이에서 더 깊은 신뢰를 쌓아가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천수를 완전한 파트너로 인정했고, 천수 역시 그들의 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하면서도 천수는 자신이 점점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의 세계는 화려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그 이면에는 무언가 어둡고 복잡한 것이 있었다. 천수는 그 사실을 느끼면서도, 그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과 더 깊이 빠져들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었다.

이제 그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지점에 와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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