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분단은 우연도, 민족 내부의 필연도 아니었다. 그것은 철저히 2차 세계대전의 승전국들이 만들어낸 계산의 결과였다. 일본 제국의 패망과 함께 한반도는 해방되었지만, 해방은 곧바로 주권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미군과 소련군은 전쟁의 종결선을 38선이라는 인위적 경계로 그었고, 한반도 인민들의 의사는 그 선 밖으로 밀려났다. 신탁통치라는 이름 아래 한반도는 다시 한 번 외부의 관리 대상이 되었고, 그 시간은 분단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동시에 분단을 구조화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한반도 인민들이 원했던 것은 단순했다. 식민 지배의 종식과 스스로 국가를 세울 권리였다. 그러나 냉전이라는 거대한 질서가 그 소망을 압도했다. 미국과 소련은 각자의 체제와 영향권을 한반도에 투영했고, 남과 북은 서로 다른 정치적 실험장이 되었다. 통일 정부 수립을 위한 논의는 반복되었지만, 그 논의는 점점 형식화되었고, 결국 남과 북은 각자의 국가를 세우는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한반도에는 두 개의 국가가 탄생했다. 이는 선택이라기보다 강요된 귀결에 가까웠다.
대한민국은 그렇게 태어났다. 한반도에는 역사적으로 한국이 있었고, 그 한국은 조선 말기에 제국을 자처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민국이라는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제국에서 식민지로, 식민지에서 분단 국가로 이어진 이 급격한 전환 속에서 대한민국은 스스로를 규정해야 했다. 그것은 단순한 체제 선택이 아니라,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문제였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초로 한 국가는 생존을 위한 선택이었고, 동시에 냉전 질서 속에서 비교적 선명한 항로를 택한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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