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모델의 성과

by 이문웅

5·16혁명의 결과로 제3공화국이 출범했고, 대한민국 사회는 본격적인 개혁의 국면으로 진입했다. 이 개혁은 추상적인 구호나 선언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오히려 가장 노골적이고, 가장 천박하며, 가장 일상적인 ‘나쁜 것들’부터 정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조직폭력배, 폭력적 대부업, 정치 권력과 결탁한 암시장, 그리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성장한 각종 이권 카르텔이 개혁의 첫 대상이 되었다.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 시기 동안 대한민국의 도시는 사실상 무법지대에 가까운 영역을 상당 부분 품고 있었다. 해방 이후 급격한 도시화와 전쟁의 후유증 속에서, 공권력은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했고 그 틈을 조직폭력과 사적 폭력이 채웠다. 시장은 깡패의 보호 없이는 장사를 하기 어려웠고, 자금은 은행이 아닌 사채업자의 손을 통해 흘러갔다. 이들은 단순한 범죄 집단이 아니라, 정치와 행정의 묵인 혹은 방조 속에서 기능하던 ‘비공식 질서’였다.


제3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이 질서는 정면으로 부정되었다. 국가가 처음으로 “이 영역은 더 이상 방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조직폭력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은 단순한 치안 강화가 아니라, 국가가 독점해야 할 폭력의 권리를 회수하는 과정이었다. 이는 자유의 확대 이전에 질서의 회복을 우선시한 선택이었고, 공화국이 작동하기 위한 최소 조건을 확보하는 단계였다.


폭력적 대부업에 대한 정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당시 사채 시장은 고금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상 개인과 가계를 파괴하는 구조적 폭력이었다. 국가는 금융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고, 자본의 흐름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이동시키려 했다. 이것은 시장 친화적인 조치라기보다는, 국가 생존을 위한 통제의 회복에 가까웠다.

이 시기의 개혁은 ‘도덕적 정의’보다는 ‘기능적 필요’에 의해 추진되었다.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이 국가 운영을 방해하는가가 기준이었다. 그래서 이 개혁은 빠르고, 거칠며, 때로는 과도했다. 절차보다 결과가 우선되었고, 합의보다 집행이 앞섰다. 그러나 이 방식은 당시 대한민국의 조건 속에서는 일정한 합리성을 가졌다. 제도는 아직 약했고, 사회는 분열되어 있었으며, 시간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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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打誤 저서 : 동아시아오딧세이, 행복의 공식, 대한민국 건국영웅들, 네오젠, 네오젠시티, 네오갱, 사미예찬, 트레 뻬르소네, 라이프캡슐 예명 : 이타오 AI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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