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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서 글감찾기

by 복기령 I can do it

오늘 찍은 사진 중 마음이 가는 한 장을 선택해 사진의 이야기를 써 보자.


[겨울 문턱에서 떠오른 기억들]​


공기는 차갑지만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다. 지인을 만나기 위해 서울 중앙지방검찰청으로 향했다. 도착한 곳에 울긋불긋 곱게 물든 단풍나무와 감나무가 한눈에 들어 왔다. 중앙검찰청 앞 화단에 붉은 감이 탐스럽게 열려 있다. 회색 건물 앞에 이토록 따뜻한 색을 만날 줄은 몰랐다.


추운 날씨 속 사람들은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탐스럽게 열린 감나무를 보니 어릴적 옛 시골집 생각이 났다. 나의 어릴적 시골집에는 네 그루의 감나무가 있었다. 큰언니, 오빠, 작은언니,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는 감나무 한 그루씩을 맡아 정했다. 가을이 오면 누구의 나무에 감이 더 많이 열리는지 하나 둘 세어보기도 했다.


빨갛게 홍시가 열리면 아버지는 기다란 장대에 주머니를 달고 감을 땄다. 그 주머니 안에 손을 넣으면 말랑말랑한 홍시가 내 손에 쥐어졌다.


빨간 홍시가 땅에 떨어져 있는 날도 있었다. 깨진 홍시를 주워 흐르는 물에 씻어 한 잎 먹으면 달콤함이 입 안에 가득 번졌다. 감 하나씩 익어 갈수록 작은 기쁨이 마음에 새겨졌다.


​탐스럽게 열린 감나무 앞에서 시위하는 모습을 본다. 코인사기를 당한 분들과 기획부동산에 속아 사기를 당한 분들이 이곳에 모여 있었다. 1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한다. 피해자들이 법원 판사님과 검찰청 검사님에게 외치고 있는 것이다. 사기범들에게 중형을 내려달라는 간절한 호소였다. 가족은 뿔뿔히 흩어지고 노후자금은 모두 날아갔다는 문구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정직하게 돈을 벌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람을 속이고 이득을 챙겨봤자 결국 남는것은 구속 뿐이란 걸 모르는걸까?


​지인을 따라 법정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제주도에서 사기를 당해 소송을 진행한 경험이 있어 법정안이 낯설지 않았다.


증인 심문이 있는 날이었다. 투자자들에게 한 달에 몇 퍼센트의 높은 이자를 준다고 자금을 끌어 모으고 결국엔 원금과 이자도 주지 않는 전형적인 사기였다. 이런 사기 행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국을 돌며 사기를 벌인 사건이었다. 순진한 서민들과 노인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이 걱정되었다.


​점심 시간이 되어 쉬는 시간이 되었다. 점심 식사 후 심문은 계속 이어진다고 했다. 법원 건물을 나오니 붉게 물든 단풍잎들이 보인다. 자연은 거짓이 없어 보였다. 봄이 되면 연한 푸른잎을, 여름이 되면 싱그러운 초록 잎을,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잎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단풍 나무를 지나 식당으로 가는길에 아침에 보았던 감나무가 다시 보인다. 감나무 한 그루에 이렇게 많은 감이 열리다니 감탄이 절로났다. 삭막하고 무거운 건물 앞에서 유난히 부드럽고 따뜻하게 다가왔다.


​오늘 우연히 만나게 된 탐스러운 감 열매. 나의 어린시절, 나의 가족 이야기로 노트 한 장에 꾹 눌러 담은 기분이었다.


겨울로 들어서기 전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 가을의 선물 같았다. 따뜻한 이야기 한 페이지를 쓰게 해준 저 감나무 열매처럼 우리들 삶도 풍성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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