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템플스테이
새벽 4시, 템플스테이 둘째 날 낙산사의 아침은 일찍 시작되었다.
새벽 예불은 선택이었지만 나는 템플스테이에 오면 일찍 일어나곤 한다. 절의 그 특유의 고요함을 느끼고 싶기 때문이다. 특히 낙산사 홍련암에서 흘러나오는 예불소리와 동해의 파도소리는 잘 어울렸다. 바다와 절은 평소 잘 볼 수 없는 조합이었기에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무르며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는 절에서 맞이하는 새벽의 고요함이 좋다. 나 빼고 세상이 모두 멈춘 기분으로, 평상시 내가 느낀 것과는 반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에게 맞는 일을 하면 앞으로 나아간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직무를 바꿔가며 여기저기 옮겨 다녔고,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본인이 하고 있는 업무에 만족하며 관련 대학원을 다니려는 사람도 있었고, 아예 다른 직업을 갖기 위해 퇴근 후, 주말을 이용해 시험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더 나아가서는 지금 업무와는 아예 관련은 없지만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해 왔던 것과는 다른 업계로 이직을 하는 경우도 본 적이 있다. 다들 업무에 만족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뚜렷한 길이 있어 보였다. 제자리에 멈춰있는 사람은 나뿐인 거 같았다.
내가 아무리 회사를 옮기고 무언가를 시도하고 배워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없앨 수가 없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해야 할지 막막함과 지침이 몰려올 때는 다 내려놓고 무인도에 가서 딱 한 달만 살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고요했던 절에 아침이 찾아오자 사람들이 일출을 보기 위해 하나둘 모여들었다.
탁 트인 풍경 덕분에 해가 떠오르는 모든 순간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일출을 보고 짐을 정리하다 보니 어느덧 집에 가야 할 시간이 왔다. 낙산사에서의 템플스테이는 정말 쉼 그 자체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바다를 바라보며 마음속 소란을 잠시 멈출 수 있었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