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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Aug 21. 2024

어머니의 기도

-우리를 키운 건 팔할의 어머니의 기도였다

이른 새벽

거대한 산이 

흙을 떨어뜨리며

서서히 몸을 일으킨다.



아직 밖은 캄캄하고 고요하다


이불을 차내며

곤히 잠들었을 

손자 손녀들


그리고

딸과 사위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읊조리는 기도



동틀 때까지 남은 시간은

결코 길지 않다



거대한 산의

기도가 끝날 때쯤

창밖은 밝아오고 



그제서야 잠에서 깬

산속 생명들은

냉장고 문을 열어 

물을 꺼내고


느릿느릿 욕실

슬리퍼를 신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2024. 1.  여행 중 어머니를 생각하며-  


*스토리 -어머니는 독실한 불교신자이셔서 거의 20여년 동안을 아침 4시에 일어나셔서 가족들을 위해 기도를 하시고 108배를 하신다. 요즘은 무릎이 안 좋으셔서 108배는 못하지만 딸과 사위, 그리고 손자, 손녀들까지 축원을 다 하시고는 아침 식사를 준비하시는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잠이 많은 저는 감히 꿈꿀 수 없는 루틴이라 왜 그 고생을 하나 하면서도 어머니의 기도는 우리 가족들의 믿는 구석이다. 중요한 시험이나 행사가 있을 때 "엄마 기도 좀 많이 해 줘!"라고 하기도 하는 일종의 심리적 의지처, 집안의 작은 종교이다. 여행지에서 어머니를 생각하니 또 짠~했다. (같이 여행 가자고 하면 손사레를 치시며 "나는 혼자 집에서 책도 읽고 쉬고 그러는 게 좋다. 너희들끼리 가라" 하신다) 그런 마음으로 여행지에서 써 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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