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역사
나는 오늘도
소소한 나와 이웃들의
히스토리가 담긴 수건으로
얼굴과 손을 닦는다
이제는 낡고 거칠어진 타월에
새겨진 글자들
2005 정현우 첫돌기념
현우가 기쁨과 행복을 드려요
이 아이는 이제 대학생이겠네
2004 괴산군 교직원한마음체육대회
이때 신규 2년 차였지
거기 못하는 배구를 끼여서 하다가
나중에는 응원석에 앉아 목청을 높였지
2008년 김창근선생 고희기념
우리 형님 시아버님인데
벌써 여든 넘으셨겠네
잘 지내시고 계실까
낡고 거칠어진 수건이
감내한 시간만큼
누군가의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
곧 대학생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직장에서
반복되는 한 해의 스케줄이
그려질 만큼
익숙해졌고
누군가는 늙어가며
하늘의 부름을 기다린다
*내 욕실에는 아직 소시민들의 역사가 담긴 타월들이 있다.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나 얼굴을 닦을 때 한번 씩 쳐다 보게 된다. 친척이나 지인들 돌잔치 및 생신 기념, 직장 행사 기념 타월들. 이제는 낡아져 하나씩 사라지고 있고 다른 집들처럼 아무 글씨 없는 호텔식 고급 재질 타월들로 욕실장이 교체되고 있다. 그래도 못 버리는 것들은 아이 돌잔치 수건이나 아버지 퇴임기념 수건 등이다. 이 수건들은 그냥 수건이 아닌 우리 소시민들의 역사이다. 역사에 뒤안길로 사라지는 프린트 된 수건들이여...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