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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 lee Sep 07. 2024

식구들에게

-사소한 것들에 대한 예의

얘들아

수건을 쓸 때는

선반 아래 것을 꺼내라


세탁기 안에서

이리저리 어지럽게

돌다가 물폭탄 맞고

비틀어지고 탈탈 털리다

간신히 여기까지 왔는데

위 수건들은 좀 쉬게 두자


여보

속옷은 서랍

아래쪽 거부터

입어요.

베란다 건조대에서

힘들게 매달려있다

간신히 쉬어~

자세로 누워있는데

자게 둡시다.


또 어떤 녀석들은

건조기 안에서

뜨거운 열 감내하며

빙글빙글 돌다가

간신히 세상밖으로

나왔는데

좀 시원하게 두자고요.


*시에 덧붙여 - 수건이나 속옷들을 개어 놓으면 집안 식구들이 맨 위쪽 것부터 들게 된다. 아무래도 편하니 그럴 수밖에. 그런데 유심히 보면 아래 것들은 계속 사용하지 않게 된다. 방금 세탁기에서 나와 건조되었는데 다시 사용되고 또 세탁기로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그것들만 더 낡아지게 되고 아래 것들은 계속 사용하지 않게 된다. 또 사물에 감정이입을 하는 내 성격에 좀 안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그 세탁과정을 겪어야 하니 말이다. 그런 생각에 아래 것들을 일부러 꺼내 주는 내 습관에서 지어 본 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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