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형 인간의 숙면 전략 -
나는 내향인이자 올빼미형이다. 아침에는 일어나기 힘들어하다가도 밤이 되면 감성도 슬그머니 기지개를 켜서 반짝반짝 좋은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주로 브런치 글 주제 및 시, 기발한 발명품 등이다.
아침에는 너무 일어나기 싫어 불교에서 말하는 인생은 고해(고통의 바다)라고 생각하다가 밤이 되면 세상 이만하면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고 나의 개성과 장점을 살리면 성공이 눈앞에 닿을 것 같은 무한긍정의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아침에는 우울증 증세, 저녁에는 조증 증세가 있나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다)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 준비 및 설거지, 아이들 숙제 도와주고 세탁기 돌리기 등 집안일을 마치고 나면 거의 10시 그때부터 나의 시간이 필요하다. 남편이 도와주긴 하는데 레스토랑으로 치자면 나는 총 매니저다. 설거지도 번갈아서 하기는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내가 처리한다. (설거지한 그릇들이나 조리 도구들을 마른 수건으로 닦아서 싱크대안에 넣어야 하는데 그릇가게처럼 쭉 배열하거나 가스레인지 주변이나 물이 떨어진 부분을 안 닦는 등) 몇 번 잔소리를 했더니 그럼 당신이 하라는 등 싫은 내색을 해서 동료들에게 말했더니 나중에 그럼 아예 안 한다고 자꾸 잘한다 잘한다 칭찬해 주란다.
남편은 일찍 자야 뇌가 건강해서 치매도 예방하고 아이들은 키가 큰다고 입이 닳도록 연설하고 실천한다. 10시만 되면 잠잘 준비를 하고 말 안 듣는 첫째 중2 아들은 이내 포기하고(자기가 자야 하니까) 5학년인 둘째를 데리고 잠자리에 든다.(사실 좀 단순하다 거실에 뭐가 떨어져 있거나 말거나 아이들 책상이 너저분해도 잠자러 들어간다. 세상 편한 저 세상 무심함이 때로 부럽다) '나는 이제 나의 시간인데 아깝게 잠을 잔다고?' 그때부터 나는 월간지로 구독하고 있는 ebs영어책으로 방송 들으며 공부하기, 좋아하는 TV프로그램 보기, 쇼핑하기, 카톡 프로필 바꾸기 및 음악 듣기 등 소소한 내 시간을 즐기다 보면 거의 12시. 그때부터 씻고 어 하다 보면 취침 시간이 어느덧 새벽 1시가 되었다.
새벽 1시에 누우면 다시 오만 잡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오늘 다 못 마친 직장일 내일은 마쳐야 할 텐데, 기말고사는 다가오는데 공부 안 하는 중2아들 역사책이라도 읽고 요점정리 도와줘야 할 텐데, 둘째가 주말에 너무 나가 놀기만 하는데 도서관이라도 데려가야겠다 요즘 아버지가 부쩍 연로해 보이시네 맛있는 것 좀 사드려야지 등 풀지 못한 숙제들이 먹구름처럼 몰려와 이리 뒤척 저리뒤 척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실제 새벽 1시를 훌쩍 넘겨 잠이 들게 된다.
얼마 전까지 온갖 건강 프로에서는 수면을 충분히 취하라고들 이야기하면서도 입시위주의 교육정책으로 늦게 끝나는 학원(우리 아이는 오후 8시면 학원을 마치지만 우리 라인 중학생들은 거의 오후 10시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일이 일상이다) 그리고 학원 숙제들, 그리고 워킹맘으로서의 남편이 도와준다고 해도 엄마로서 좀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집안일 등으로 화가 나기도 하고 삐뚤어져서 불면증 권하는 사회라고 브런치 글을 쓸까 생각한 적이 있다.
첫째가 숙제를 미루는 법이 있어 자주 가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이런 고충을 말했다. 이미 두 아들을 대학 보낸 원장님이 자신은 아이들 학교 다닐 때 시간 되면 숙제를 안 해도 자라고 했고 못했다면 내일 혼나는 것도 아이들 몫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도 숙제를 제시간에 하는 법을 배울 거라고. 그래서 몇 번 그렇게 했더니 안 하면 결국 자기가 학교에서 혼나니까 숙제를 제시간에 잘하더란다.
정말 이보다 더 바람직할 수는 없다. 그 원장님은 외향인에 성격도 호탕한 편이시다.(어릴 때 사람들 많은 곳에 가면 부끄러울 때도 있었죠 하니 그런 게 뭔데? 하셨다) 그런 교육법이 잘 맞으셨는지 둘 다 원하는 대학교에 갔고 둘째는 특히 여러 대학에 합격하여 고민하다 성균관대 공과대에 가서 자랑스러워하셨다. 나도 아이들을 그렇게 키워야 하는데 내향인 성격상 우리 아이들은 숙제 안 하고 자라하면 네! 할 거 같아 걱정이다. 그리고 내 성격상 숙제 안 해서 보내는 엄마라는 꼬리표를 달기도 싫다.
집안일은 남편과 나눠서 하지만 디테일하게 살펴야 하는 부분은 내 몫이다. 예를 들어 요즘 날이 더워 첫째 교복 2벌을 갖춰두고 매일 번갈아 입히고 빨고 있는데 건조기에 넣으면 옷감이 빨리 상하고 줄기도 할까 봐 옷걸이 걸어 베란다에 말리고, 아침에 아이가 입을 교복을 챙겨놓는 일 같은 것이다. 어떤 날은 깜박하고 두벌 다 세탁바구니에 내놓고 세탁기 돌리는 걸 깜박하여 밤늦게 부랴부랴 돌린 날도 있다. 아이들 영양제도 적은 가짓수나마 밤에 먹어야 하는 것을 챙긴다. 남편에게 업무를 좀 이양해야 하는데, 이런 걸 제 손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걸 보면 일이 많은 게 나의 탓도 있는 것 같다. (남편의 그동안의 행적을 통한 못 미더움, 이건 남편의 고도의 전략 아닐까)
그리고 어느 날은 이제 잘까 하고 아이들 방을 점검하러 열어본 순간 띠로리~! 음료수 컵에 과자 봉지, 공부하다가 만 학원 문제집과 필통에서 나온 필기구가 어지럽혀 있고 중간에 손장난을 했는 듯 꺼내 놓은 딱지나 말랑이 등 그리고 의자는 왜 저쪽에 있지? 피아노 밑에 뒤집힌 양말 한 짝... 분노 게이지가 올라가며 내일 잔소리할 대본을 떠올리지만 그대로 두고 잘 인내심과 베짱이 없어 또 주섬주섬 치우고 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깨끗할 때도 있다)
아이들이 둘 다 어렸을 때는 남자아이 둘이라 치울 장난감이 만만치 않아서 내가 생각해 낸 방법은 아이들 방 불을 끄고 아예 안 보는 것이었다. 육아에 지쳤는데 보면 또 안 치울 수 없었고 치우느라 몇 시에 잘지 몰라서...
며칠 전부터 입가 아래 뾰루지들이 여러 개 올라오기 시작했다. 직장 동료들이 요즘 피곤하신가 보다고 한다. 거울을 보니 2개 이상 올라온 적은 없었는데 2-3개가 보이는 것을 보니 좀 심각하다. 최근 직장에서 지금은 잘 해결되었으나 속앓이 할 일이 좀 있었고 그런 것과 더불어 최근 첫째 중학생 아들과 시험공부 문제로 실랑이하다 보니 피곤함의 한도가 초과한 거 같다.
이렇게 늦게 자는 날이 일상이 된 어느 날 웅크리고 잠을 청하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잠자는 시간은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나만의 시간이야 부처님도 하느님도 알라신이 와도 내 잠자는 시간을 건드릴 수 없어(물론 이 위대하신 분들이 우주에 점 같은 나에게 오실 용건과 시간은 없으실 거다^^) 그러면서 머릿속에 나만의 아늑한 벙커를 그려보았다. 그런 벙커를 생각하니 어떤 고민거리도 내 벙커 안으로 침범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템플스테이를 간 적이 있는데 명심문이 "잘 땐 잠만 잡니다" 였다. 그런 것과 더불어 나만의 벙커를 상상하니 조금 쉽게 잠이 들었다.
며칠 전 퇴근하고 저녁을 일찍 먹고 8시쯤 TV를 보다가 소파에서 잠이 들었는데, 누군가 슬며시 들고 있던 리모컨을 빼 주었다. 잠자면서도 느낌이 너무 좋았다 나도 보호받는 느낌 역시 나이 들면 남편밖에 없다더니 (흑흑 그동안 잔소리 미안했어 여보) 그렇게 쪽잠으로 보충하고 주말에 낮잠도 자며 푹 쉬었더니 이제는 입가 뾰루지가 많이 사라졌다.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생체리듬을 가진다고 한다. 하지만 잠자는 시간과 일어나는 시간은 일정한 것이 좋다고 하니 (특히 일어나는 시간) 이제부터 일이 좀 미진하더라도 안 치운 게 있더라도 잠자는 시간을 지켜보며 수면의 질을 높여 보련다.
( P. S 두서 없이 적었지만 진심을 담아 썼고 올빼미형이지만 지켜보려고 노력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