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겨 놓은 물건이 준 선물
마음에 들리는 처마 끝 풍경 소리
by breeze lee Oct 20. 2025
주말아침 오랜만에 스타*스 커피숍에 들렀다. 아이 생일이라 영어공부도 하고 근처 제과점에서 케이크도 찾으려고.
향긋한 커피 향을 기대하며 기분 좋게 문을 밀고 들어가 바닐라라테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커피숍의 또 다른 재미인 신상 굿즈를 구경했다.
에코백이 와~ 3000원? 돋보기안경(아직 40대인데 최근 노안이 심해져서 필수품이 되었다)을 안 가져와 점원에게 다시 물어보아도 같은 가격이다. 비닐재질이지만 예쁜 디자인과 메이커에 비해 믿기지 않게 저렴하다.
점원에게 물으니 커피나 빵을 사면 그 가격이란다.
나는 3000원대 소금빵을 사고 분홍 손잡이에 민트 그러데이션이 된 가방을 만족스러운 가격으로 획득했다.
영어공부하려고 왔는데 안경을 안 가져와 자연스러운 카톡 가족방으로 들어가 밤새 밀린 글들을 읽고 방금 산 가방 자랑도 했다.
예쁘다고 동생들이 말하니 다른 가방에도 눈길이 갔다.
커피든 빵이든 쿠키든 하나만 더 사면 민트 손잡이에 분홍 그라이데이션 가방도 얻을 수 있다! 걸린 상품이 다이고 소진되면 더 없다는 점원의 말이 떠올라 순간 하나를 더 사려는 물욕이 올라왔지만 집에 얌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을 에코백들이 떠올랐다.
그렇다면 동생이 예쁘다했으니 동생 것도 사줄까 싶었다. 그런데 동생이 나도 가서 봐야겠다로 그쳤다. 예전엔 내가 사놓을까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동생이 직접 보고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오면서 민트손잡이의 가방을 한번 더 바라보았다.
갖고 싶을 누군가를 위해 남겨놓고 커피숍 문을 열고 나오는데 마음 한구석에 상쾌한 바람이 불었다. 처마밑 풍경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정말 새로운 종류의 기분이었다.
오는 길에 내가 하나 더 살까 한 민트색 손잡이 에코백을 들고 지나가는 여성을 보았다. '저것도 예쁘긴 하네' 다행히 아쉬움보다는 친구의 안목을 칭찬하듯 므훗한 마음과 같은 걸 안 사서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짬짜면이 잘 팔릴 줄 알고 메뉴에 올려놓았으나 의외로 짜장 아니면 짬뽕이듯 하나를 선택하고 다른 하나는 다음 날을 기약하는 것 또한 여백의 미 아닐까 체득한 날이다.
이렇게 서서히 단풍잎처럼 나이 들어 가나보다.
한 개를 산 게 잘했다는 건 아니다. 필요하다면 그리고 너~무 갖고 싶었다면 어느 날은 두 개 세 개를 사야 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저 오늘 좋았던 건 물건에게서 내가 자유로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