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1

by 글의사

한강씨의 소설은 처음입니다. 그뿐 아니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젊은 작가들은 관심이 덜 합니다. 이미 늦은 나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그렇다고 소설을 싫어하는 것은 아닙니다. 십 대 후반부터 삼십이 될 대까지 당사 유일한 문예지였던 "현대문학" 정기구독을 했으니 월간지 속에 빠짐없이 수록되었던 단편, 중편, 연재 장편의 수로 따지면 만만치 않은 편수가 되겠지요. 언제부터, 무엇 때문에 소설과 소원하게 된 것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야만과 폭력의 시대를 건너온 시절의 영향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을 사치스럽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정이 깊은 오래된 친구여서 두 달에 한 번쯤은 만나고 있는데 최근에는 두 달에 4권을 읽었네요.

요절한 평론가 "김현"이 이런 말을 했던가요. 가치관이 형성될 시기에는 문학이 필요하다고. 가치관이 화석이 되어버린 까닭도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젊은 여류작가가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미디어의 소식을 접하고 얄팍한 애국심에 잘된 일이다 여기면서도 궁극적 의문이 있기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소설은 언어를 도구로 사용합니다. 소설의 언어는 철학, 과학, 사회학등과 달리 매우 예민하고 섬세합니다. 부연하자면 언어가 다른 -번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문화권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예로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입말, 토속어, 사투리, 비어등을 영어나 다른 언어로 옮겨 읽는 독자에게 감동을 전하기는 많은 난관이 있습니다. " 채식주의자"가 역사적 배경, 문화적, 풍토, 언어의 이질감을 극복하고 어떤 점이 잘난 유럽인들의 마음을 움직였을까 궁금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3부작의 연작소설입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영혜를 중심에 놓고 남편의 시선, 형부의 시각, 언니의 눈으로 서술이 전개됩니다. 첫 편 채식주의자는 시작부터 작가는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남편이 영혜와 결혼한 동기는 "평범함"때문이었습니다. 평범함이란 다른 말로 이 사회가 요구하는 상식, 예의, 교양에서 벗어나지 않는 다수의 인식에 묻어가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평범함을 배반할 때 "다름"을 주장할 때 우리 사회는 어떤 ㄴ반응을 보일까 이것이 첫 편의 중심이라 생각됩니다. 다름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는 배척, 무시, 타자화 그리고 언니 집들에서 아버지의 행동으로 구현되는 강요와 폭력. 채식주의자는 다름을 나타내는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현 우리 사회에서도 다름의 많은 소수자들이 존재합니다. 동성연애자, 장애인, 동남아 이주민, 다문화 가정,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시야를 넓혀보면 세계는 아직 종교적, 인종적, 이데올로기(좌, 우)적인 다름에 대한 전쟁과 여타 방법으로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경우이던 인간에게 가해지는 "억압"이 정당한 것인지 작가는 묻고 있습니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면서도 폭력에 저항하는 영혜의 자해라는 충격적 끝맺음을 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왠지 밋미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어지는 2, 3편에서 이 섭섭함이 메꾸어지면서 한층 확장되고 깊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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