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라의 슬프지 않은 수영장
조깅을 하다가 눈앞에서 청둥오리가 '뒤뚱뒤뚱'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더니 호수에 '풍덩' 다이빙 하고는 금새 '푸드덕' 창공으로 날아올르는 것을 보았다.
아뿔싸,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우쭐댈 것이 아니구나. 쟤가 우릴 내려다 보며 저 날지도 못하는 것이 기껏 호숫가를 내내 달리고만 있구나 하겠네 생각이 들었다.
날지는 못하더라도 물에서는 청둥오리만치는 하자는 생각이 들었었나.
올겨울 드디어 수영을 시작했다.
20여 년 전 한 오 개월 배웠는데 지난여름 내 최애 유튜버 노희영 호텔 편을 보다가 가게 된 강릉의 세인트 존스 호텔 옥상 수영장 ‘인피니티’에서 수영을 다 까먹은 것을 확인하게 되어 다시 배워야겠네 생각하고는 거의 반년만에 실천하게 되었다.
동네 구립체육관은 저렴한 비용에 경쟁률이 치열한데 겨울이라 그런 건지 긴장하고 일분컷을 성공한 것인지 한 번에 수강이 가능한 행운을 거머쥐었다. 근처에 구립수영장이 하나 더 생긴 영향인가 생각하며 여름에는 기회를 잡기 힘드니 춥더라도 용기 내어 시작을 했다.
첫날 멋모르고 중급에 갔다가는 허부적 허부적 쫓아가느라 물속이라 확인불가인 진땀을 빼고는 물깊이가 얇고 길이도 짧은 초급 풀장을 쳐다보며 그래도 접영까지 배웠던 내가 저기로 가는 건 아니지 않나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일은 내 생각과 항상 다르게 흘러간다. 끝나는 시간에 강사님이 내일은 초급으로 가실 건가요 질문하시길래 아 초급으로 가라는 말씀이구나 하고는 미련 없이 다음날은 초급으로 갔다.
물깊이가 20센티 차이지만 너무 편하고 길이도 짧아 허부적 댈 일도 없고 수온까지 더 미지근하니 따뜻했다.
초급반이라 그런지 강사님도 한 명 한 명 맞춤식 강의를 해 주신다. 나중에 들은 말인데 중급 반에서는 그런 지도가 없단다. 더군다나 개인강습 위주로 해 오시던 인기강사님이란다.
수영초짜들만 있는 얇은 풀장일 거라는 내 생각과 다르게 수영경력이 오래되었으나 나이가 있으셔서 깊은 풀장은 부담스럽다는 분도 계시고 시작한 지 5개월째 여기 머물러 계신 분들도 꽤 있고 나에게 딱 적당했다.
평영에서 언제 고개를 꺼내야 하는지 박자감도 전혀 기억 안 나고, 배영은 무릎이 나와야 하는지 들어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차근차근 배워나가며 또 자전거처럼 한번 몸에 익혔던 운동이라 금방 감이 되살아 나는 느낌도 좋다.
헬스나 달리기도 좋은 운동이지만 수영만의 확실한 장점이 있다. 잠시만 딴생각을 할라치면 여지없이 물을 들이켠다. 생수물도 아닌 물을 한 바가지 먹고 싶지 않다면 딴생각은 금물이다.
이래저래 살다 보면 잡생각이 드는 시기가 오기 마련이다. 그럴 때 강력히 수영을 추천한다. 50분 강습시간동안 몰입감도 정신건강에 효과적이지만 샤워까지 끝마치고 집에 가는 길의 상쾌함과 성취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라면 너무 오버일까.
근육이 없어 발차기가 안된다는 4개월 차이신 분이 줄곧 나를 앞서 가라 하시면서 어찌 그리 금세 잘하냐며 부추겨 주신다. 항상 웃으며 이분저분 말 붙이시고 챙겨 주시는 예쁜 언니다.
내가 사회성을 챙기자~ 상기하며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신다 하니 엄청 소녀처럼 좋아하신다.
그러곤 나에게 40대 초반쯤 되었냐며 사회성을 곱빼기로 챙겨 보은해 주신다. 그래도 50 넘어서는 미모가 평준화된다는 말과 함께 어디 가서도 외모를 챙기지 않아도 되는 편한 나이라는 말이 아직도 서운한 내게는 기분 째지는 날이 되었다.
이제 접영을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면서 두줄로 오가지 않고 한 줄로만 팔동작까지 크게 하게 되면서, 가끔 줄까지 늘어서 기다리며 옆 라인의 완전한 접영도 관찰한다.
저 너머에 중급 상급반들의 멋진 다이빙부터 자유형을 이어가는 모습, 물속으로 사라졌다 주기적인 간격을 두고 쳐 올라오는 멋진 접영 떼들을 보며 참 펄떡이는 물고기들 같구나 생각이 든다. 도대체 접영은 소모하는 에너지양이 적은 것도 아닌데 왜 배우는 거지? 의문을 갖던 내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된다. 멋지라고 배우는 건가 보다. 나도 저런 다이빙부터 시작하는 멋진 날이 올까나~~
우리네 삶도 물속의 펄떡이는 물고기와 다를 바가 없다. 물과는 다르게 공기 속이지만 우린 하루하루 철퍼덕철퍼덕 공기 속에서도 펄떡인다. 물속처럼 딴생각 금물도 아닌지라 많은 상념과 만들어서 하는 고민, 괴롭고 싶어 괴로운 듯한 물 안 먹는 이점을 이상하게 누린다.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15만 명을 진료한 이근후 교수는 “살아 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신과의 대부가 하는 말을 따르자.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워 웃다가 물도 아닌 공기에 사레들려 켁켁 대지 말고 차라리 수영장으로 돌진해 ‘잡념 클리어!’를 외치며 즐거워지자! 그래서 슬프지 말고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