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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0. 2023

프롤로그

Prologue

삶이란 때로 내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다. 내가 원하지 않았지만 이 또한 지나온 나의 행위와 의사결정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일어나는 현상일 것이다. 나와 연관된 사람의 극단적 선택도 내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마트점장이 되면서 변화와 성장과 성공의 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성공의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숨 쉴 틈 없이 바쁜 일상을 소화해 내고, 육신이 허락할 때까지 일을 했다. 내가 지금까지 쌓아온 커리어와 노하우를 발판 삼아 더 큰 회사로 키우는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순전히 나의 판단 착오였다. 나의 직책은 점장이었으나, 나는 점장이 아니었다. 가족회사의 한계와 상황을 잘 살피지 못했고, 오너의 생각과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모든 욕심을 버리고 주는 월급이나 챙기면 되는 사람이었는데 과한 욕심을 부렸다. 이러한 나의 행동이 자주는 아니더라도 조그만 나비의 날개 짓은 되었을 것이다.




이 글은 결국 실패의 이야기, 아픔의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태어나고 죽는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듯 글의 방향과 의도도 나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깨닫는다. 흙과 바람과 구름과 별과 사람이 모두 같은 곳에서 태어났듯이, 사람의 죽음은 다시 흙으로 바람으로 구름으로 별로 새로운 삶을 살아갈 것이다. 짧지 않은 세월 나의 미천한 노동의 대가로 우리 가족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 해 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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