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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건우 Aug 11. 2023

01  X세대, 처절하게 세상과 부딪치다

1. 첫 직장, 나의 평생의 업이 되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X세대는 가난과 풍요, 개성과 억압, 자유와 통제, 비판과 주입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이중성을 보고 겪으며 성장했다. 나 또한 X세대다. 다양한 문화경험을 한 덕분에 개방된 사고를 가질 수 있었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이야기 들었지만 나름 진취적인 삶을 살아왔다.


하지만 그것은 사회생활을 하기 전까지였다. 졸업을 앞둔 2년 전 IMF라는 검은 구름이 우리나라 전체를 뒤덮어 버렸다. 이는 모든 세대가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X세대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상흔을 남기고 말았다. 졸업은 했지만 이 세상에 X세대를 구원해 줄 곳은 없어 보였다. 마지못해 대학원을 가고, 어학연수를 떠나고, 휴학을 했다.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갖은 유언비어에도 불구하고 새천년의 해는 밝았다. 취업을 해야 하는 형편인 나는 무작정 졸업을 했다. 수 백장의 이력서를 쓰고, 수 십 번의 면접을 보았지만 새로운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도 날 받아주는 회사는 없었다. 이 사회는 개성 강한 X세대에게, 차디찬 바닥에 납작 엎드려 살 것을 가르치는 듯했다. 새천년의 첫해가 끝나갈 얼마 전 취업을 하게 되었고, 이는 나의 평생의 업이 되리라고는 그 당시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나의 첫 직장은 IMF를 슬기롭게 이용해 탄생한 아웃렛백화점이었다. 1호점 성공을 바탕으로 2호점 오픈을 위한 공채가 있었다. 성적보다는 활동내역을, 토익점수보다는 리더십을, 조직에 순응하는 사람보다는 똘-끼 있는 사람을 채용하는 회사였다. X세대를 구원해 주기 위해 나타난 회사 같았다. 배고프고 고달픈 일 년간의 백수생활에 마침표를 찍는 순간이었다. 원래 내가 원하던 직장은 금융 관련 회사였지만 찬밥더운밥 가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입사를 했고, 교육을 받고, 오픈 현장에 투입되었다.


나의 첫 보직은 패션(캐주얼) 매장 담당이었다. 매장관리, 협력업체관리, 행사유치 등이 주 업무였다. 일을 하면서 성과를 내고, 새로운 것을 도전하며 창안해 내는 일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 일은 비교적 단순했고 매력적이지도 않았다.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매장만 하루 종일 도는 지루한 생활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생활용품매장 담당이 퇴사를 했다. 회사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라 욕심이 났고, 바로 지원을 했다. 매장에서 팔 상품을 고르고, 사 오고, 진열하고, 팔고, 매출관리, 이익관리, 직원관리, 재고관리, 로스관리 등 모든 일을 직접 해야 했다.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어 혼자 일하며 터득하고 배워야 했다. 마치 내가 사장이 된 듯 일은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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