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건물에 입혀진 감성

머물던 곳, 멈춘 순간

by 지소혜

공평한 거리처럼 성수동 곳곳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어느 한 곳에 몰려 있던 사람들은 취향에 따라 다른 골목들을 기웃거리다 어느새 물결치는 건물에서 다시 뭉친다.

과거와 현재가 혼재하는 건물의 스카 라인은 매끄럽지 못해도 그것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부담 없이 품어 준다. 계단을 오르듯 건물의 벽면 가까이 갔다가 건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 잠깐 쉼을 갖는다.

앉은자리 가까이 놓인 화분에는 봄이 싹을 틔우고 벤치마저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수많은 무리 속에 봄을 향해 걸어가는 가족들을 보며, 분주하게 몰아세웠던 겨울을 떠나보내고 있었다.

한산한 카페로 들어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본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곳처럼 준비가 덜 된 일들은 뒤로 하고 급한 일부터 손가락 끝을 꾹꾹 눌러 써 놓는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며 다짐했을 많은 것들이 몇 달 사이에 희미한 기억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다시 떠올려 잰걸음으로 살아내야 한다. 아슬아슬 빈 병을 줄 세우며, 그 안에 담아질 하소연과 억울함이 넘쳐나더라도 내 마음에도 나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감성이 필요한 순간이다.

설령 나의 감각이 지나간 시간들에 묶여 반응이 더딜지라도, 무엇을 머리에 이고 사는지 알 길이 없어도 괜찮다. 애써 계획한 것들이 뜯겨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아도 초라한 탄식은 그만두자. 건물마다 색다르게 발현되는 브릿지처럼 성수동 거리에서 내게 다가 올 행운을 미리 본다.

출처: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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