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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천개의파랑

2025-02-26

by IRIS
KakaoTalk_20250226_135625116.png 책 표지

천선락작가의 sf소설로 휴머노이드 로봇과 경주마의 이야기를 통해 연관되는 인물들의 감정과 관계를 탐구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미래 사회에서 로봇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세상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


휴먼로이드 로봇 '콜리'와 연재의 대화 중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너는 모든 것들에 꼭 이유가 다 필요해?"(연재)

"세상 모든 것들엔 다 이유가 있으니까요."(콜리)

연재는 세상엔 원래 이유가 없었고 인간이 이유를 붙였다고 이야기한다. 그냥 일어난 일도 존재한다고 콜리에게 말한다. 참 쉬운 말이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이 때론 이유가 없을거라는 거 그냥 일어날 수도 그냥 생길 수도 있는 일이다. 이런 간단한 명제에 때때로 온갖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사실 모든 일은 그냥 내가 뭐할새도 없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일텐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연재는 자신이 하는 일 과거에 그렇게 행동한 것에 대한 이유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모든 일은 그냥 생길수도 있다는 말과 다르게 점점 연재는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지난날의 일들에 대해 이유를 말하기 시작한다. 콜리의 말처럼 모든 일에는 이유가 존재할수도 있을거라 느껴진다. 하지만 주인공들처럼 나 또한 매번 그 이유와 마주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그냥 지나가는 것 또한 중요함을 느낀다. 외면도 도망도 숨는 것도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 그렇게 나를 보호하다보면 연재가 콜리와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자신의 일에 이유를 이야기하듯 나도 도망치던 일들에 대해 솔직한 이유를 이야기 할 수 있겠지.


그럼에도 다시 빠르게 달려야 하는 이유가 뭘까?


소설은 수미상관의 형식으로 진행된다. 투데이라는 말의 기수였던 콜리가 말에서 떨어지는 시점에서 시작해서 다시금 그 시점으로 돌아온다.

투데이는 달릴 때 제일 행복하다. 콜리는 기수로써 말이 행복하는 것이 자기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는 로봇이다. 하지만 투데이는 지속된 경마로 인해 무릎이 망가졌고 다시는 달릴 수 없다. 그렇지만 말의 행복을 위해 경기장에서 느리게 달리기로 결심한다.

그럼에도 콜리는 다시금 빠르게 달리고 싶어하는 투데이를 위해 고삐를 놓으며 기수로봇으로써 무겁고 맞지 않는 자신을 망가뜨리며 투데이가 다시금 잠시동안이라도 빠르게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왜일까? 투데이는 왜 결국엔 빠르게 달리기를 원했으며 콜리는 이를 위해 희생했을까? 참 어렵다.

그래도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면 이러한 이유가 아닐까한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 투데이가 진정 투데이다운 정말 행복할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그저 달리는 것 느리게 달리는 것은 진정으로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일이 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느낀다. 행복만이 그리움을 이겨낼 수 있게 하니까.

콜리는 기수로봇이다. 콜리는 진정으로 자신의 파트너인 투데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그것이 다시금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니까. 그렇기에 파트너이자 기수로봇으로써 낙마를 선택한다. 오직 투데이의 행복을 위해서

투데이는 그순간 고통조차 사랑했으며 콜리는 그 누구보다 진정으로 파트너다웠다.


행복하다는 건 많은 것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든다. 투데이는 고통조차 사랑했으며 콜리는 자신의 희생을 사랑했다. 살아간다는 건 '나'만의 길을 걷는다는 건 아닐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들이 비합리적이거나 어려운 길이 되더라도 그렇게 살아간다면 투데이처럼 그 길이 끝이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사랑할 수 있을 것이고 콜리처럼 진정으로 나를 응원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럼 결국 행복한 길이 되는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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