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국가’ :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主權)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국민ㆍ영토ㆍ주권의 삼요소를 필요로 한다.
중국 ‘국가’ : 국가의 구성요소는 인민, 영토, 주권 그리고 정부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국가
기원전 은나라부터 현재까지 중국 역사 5천 년 중 2천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중국인은 전쟁을 치렀다. 국경선 너머 이민족과의 전투에서부터 정권 교체기에 일어나는 자국민들 간의 무력시위, 정부의 통제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에서 일어나는 도적 떼와의 싸움 등 수많은 사건이 있었다.
중국인은 진시황제를 존경한다. 중국 춘추전국시대는 기원전 770년부터 기원전 221년까지 550년 동안 전쟁을 치렀던 시기다. 550년 동안의 기나긴 전쟁을 끝내고 중국을 통일한 사람이 바로 진시황제다.
그 시대를 살았던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진시황제가 고마웠을 것이다. 전쟁터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사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병사의 부모와 아내는 아들과 남편이 살아서 집에 돌아온다는 사실에 전쟁을 종결한 진시황제를 무척이나 존경했으리라.
같은 이유로 현재 중국인은 마오쩌둥(毛澤東)을 존경한다. 1840년 아편전쟁부터 시작된 중국 대륙에서의 전란은 1949년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을 건국하면서 끝난다. 중국인은 이 100여 년 동안 때로는 외국 사람과, 때로는 자국민끼리 전쟁을 치렀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의식주가 필요하다. 하지만 본인이 죽으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 그래서 중국인은 국가가 생활은 해결해주지 못하더라도 사람이 죽는 전쟁만은 막아주기를 기대한다.
중국인이 생각하는 국가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다. 국가가 전쟁만 막아 준다면, 무슨 일을 하든 별 관심이 없다. 그래서 중국인은 한국인이 나랏일에 관심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어떤 때는 자신의 시간을 포기하면서 행동으로 생각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국심이 높다고 평가한다. (어떤 사람은 쓸데없이 정력과 시간을 낭비한다고 여기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국가가 국민, 영토, 주권 세 요소로 이뤄진다고 말한다. 중국에서 국가는 한국의 국가와 조금 다르다. 인민, 영토, 주권 그리고 정부가 필요하다고 한다. 한국에서 국가의 구성 요소 중 하나인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고 되어 있다. 이를 주권재민(主權在民)이라 한다.
중국에서도 주권은 국가의 구성 요소다. 하지만 정부도 국가의 구성 요소인데 국가는 주권을 행사하는 기관이다. 중국 사전에서 주권은 국가의 주권으로 국제법상 국가가 다른 나라에 대해서 독립된 위치에서 외국과의 사무를 처리하는 권력이라고 정의한다.
중국인은 나라에 많은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 받는 게 없으면 주지 않는 게 세상 사는 이치다. 그래서 중국인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지 않는 것 같다.
중국에서 국가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중국은 5천 년 역사를 강조한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중화인민공화국이 자랑스러운 5천 년 전통을 이어받은 중국 정통 국가라는 것이다. 오랜 역사를 강조하여 국민에게 자부심을 가질 수 있게 하면서 현재 중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중국의 국제관계와 관련이 있다. 중국이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몇백 년밖에 되지 않은 서구 국가에게 그들의 시각으로 중국을 판단하여 평가하지 말라는 좋은 논리적 근거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5천 년 역사 전통을 강조하면서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을 과거 중국 대륙에 있었던 국가의 적자로 내세우며, 과거 중국 대륙에 존재했던 국가와의 지속성을 강조하다 보니 중국인 입장에서는 다르게 해석할 여지도 있다.
중국 대륙에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서 새로운 사상(이데올로기)을 내세우며 전국을 통일해 국가를 세운다. 그러면 중국은 번영하고 인구는 늘어난다. 그리고 더불어 부정부패가 따르고 이에 따라 몇백 년도 지나지 않아 민란이 일어난다. 결국, 기존의 국가는 민심을 잃고 망한다.
그러면 짧게는 몇십 년간 길게는 몇백 년간 혼돈의 시대가 오고 전쟁으로 사람이 죽는다. 그러다가 또 새로운 통치자가 나타나서 새로운 사상(이데올로기)을 내세우며 전국을 통일해 새로운 국가를 세운다.
이런 역사적 경험은 중국인에게 국가란 계속 바뀌는 것이지만, 내가 살아있는 동안만은 혼돈에 빠져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인은 국가란 몇백 년 만에 한 번씩 바뀌는 큰 조직에 불과할 뿐이지만, 현재의 국가는 평온하게 유지되어 당대에 혼란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중국인은 현재의 국가가 유지되어야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니, 현재의 국가가 잘하든 잘 못 하든 별 상관하지 않고 다만 지금 상태로 유지되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