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 같은 말 다른 뜻
한국 ‘학습(공부)’ :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
중국 ‘학습(學習)’ : 읽기, 듣기, 생각하기, 연구하기, 실천하기’ 라고 구체적으로 기술
중국 학생이 공부하는 방법과 중국 선생님이 가르치는 방법
중국에서는 수나라(587년) 시대 과거 제도가 시작되었는데, 이때부터 과거 제도가 폐지되는 19세 말까지 과거 시험 과목에는 줄곧 공자의 논어 과목이 포함되었다. 공자는 2,500년 전 사람이다. 그런데 약 천 년 후인 600여 년부터 1,900년대까지 과거(공무원)시험에 공자의 논어 과목이 포함되었다.
<논어>에는 공자가 학생이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그리고 선생님이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유명한 글귀가 있다. 지금도 이 글귀는 중국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온다.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학이시습지는 학생이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공자의 말씀이다.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라는 글귀에서 학습(學習)이라는 단어가 생겼다. 한국 사전에서는 학습(공부)을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힌다’라고 정의한다. 중국 사전에서는 학습을 ‘읽기, 듣기, 생각하기, 연구하기, 실천하기’ 라고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한국에서 학습은 어떤 사실을 배우고 알게 된다는 의미만 있다. 그래서 학생이 공부한 내용을 그대로 실천할 필요는 없다. 왜냐면 어떤 사실을 안다고 해서 그 사실이 반드시 옳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공부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져본 후에, 그 내용대로 실천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각 개인 스스로 생각해서 판단하라는 것이다.
중국에서 학습은 배운 내용을 실천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중국에서 학습이라는 단어는 배운다는 의미 외에 모방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니까 중국에서는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이미 과거부터 명백하게 옳다고 확정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은 공부한 내용을 읽고 외워서 그대로 모방하여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학생은 공부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이시습지 불역열호’를 한국에서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라고 해석하고 중국에서는 ‘배운 후에 배운 지식을 계속 복습하면, 사람이 기쁘다’라고 해석한다.
술이부작(述而不作)
‘논어’ 책에 나오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가르치는 방법을 알려주는 ‘술이부작’이라는 글귀에서는 학습(공부)이 무엇인지 더 명확하게 알려준다.
한국 사전에서 ‘술이부작’은 ‘성인의 말을 전하고, 자기의 의견을 지어내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중국 사전에서도 ‘옛날 사람의 지혜를 전하고, 자신의 철학을 말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공자가 왜 ‘술이부작’이라는 말을 했는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은 한국과 중국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공자가 제자를 가르치면서 자신을 겸손하게 표현하려고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공자가 현재의 관습과 제도 방식을 깨뜨리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유신(維新)’과 ‘혁명’에 반대해서 이런 말을 했다고 해석한다. 그러니까 이미 옳다고 확정된 내용만 책에 나와 있으니, 학생이든 선생님이든 더 이상 그 내용에 대해 자신의 판단으로 맞다, 틀리다 하지 말고 그 내용대로 실천하라는 것이다.
중국인은 오랫동안 이런 방법으로 공부했다. 그래서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고 잘 외우기는 하지만, 공부한 내용을 응용하거나, 공부한 내용이 맞는지 틀리는지 따져보거나, 공부한 내용에 내 생각을 보태서 새로운 이론을 만드는 일에는 익숙하지 못한 경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