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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Dec 27. 2021

2021년 나는 뭘 했을까?

나만을 위한 이기적인 이야기

2020년 1월 서울 시댁에 올라가 명동거리를 돌아다니며, 시어머니와 나누었던 대화가 떠오른다.


"요즘 코로나인가 뭐신가가 유행이라더니, 명동이 조용하다 정말..."

"그렇네요..서울 와서, 명동이 이렇게 한적한 모습은 처음 봐요, 어머니~"

"나도 서울온지 20년이 다 됐지만, 이런 건 처음이구나."


그 때만 해도, 우리는 그 코로나인가 뭐신가가 이렇게 우리의 삶을 삼켜버릴 줄도 몰랐고,

마스크가 내 피부처럼 얼굴에 덮힌 채 2년을 (아니, 그 이상이겠지만) 보내게 될 줄도 몰랐다.


명동만 가면 꼭 들렀던 명동칼국수를 배부르게 먹고 나오면,

그 특유의 짙은 마늘향 나는 김치때문에, 우리가 뭘 먹고 왔는지 신발가게 점원이 맞췄던 기억도 난다.


그 때만 해도, 마스크로 입을 막지 않고 있었으니,

마늘향이 자유분방하게 우리의 입과 코를 통해, 상대방에게로 흘러넘치는 것도 가능했던 일이다.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으로, 2021년도 결국 12월까지 와버렸다.



2020년은 코로나에 한 대 맞으며, 정신 없던 채로 1년이 흘러버렸다.

마치 임시방편으로 뭔가를 기다리고 있으면, 본편의 무언가가 곧 시작되고 일상이 회복될 줄 알았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본편의 일상은 오지 않고, 그렇게 1년이 지나버렸다.


그렇게 맞이한 2021년.

이제 이런 상황이 임시방편이 아니라,

불편하고 비정상적인 것 같은 현실이 일상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아프지만 견디며 한걸음씩 내딛어야하는 무거운 시간들이었다.


2021년, 내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첫째, 블로그를 시작하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둘째, 회사에 온라인 쇼핑몰을 오픈하면서, 나만의 사무실과 책상이 생겼다.

셋째, 큰 아들은 초등 마지막 해를 보내며, 가족과 떨어진 기숙학교를 갈 결심을 했다.

넷째, 둘째 아들은 미술에 푹 빠져 큰 용기와 성취감을 얻으며, 멋진 결과를 하나 만들어냈다.

다섯째, 신앙생활에 많이 지쳤고, 행위에 집중하던 모습을 돌아보며 내 마음의 중심을 다시 보게 됐다.

여섯째, 심리학 공부를 시작했지만, 한계에 직면했고, 멈추는 데도 용기가 필요함을 느끼고 있다.


전혀 알지 못했던 온라인이라는 세상에, 중년이 되어서야 눈을 돌리게 되었다.

그로 인해, 가치관에 큰 변화도 생기고, 아이들에게도 도전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며 함께 성장하는 시간도 되었다.


나와 주변에만 집중하던 시선을 시공간을 초월해 돌아보게 되니,

세상이 얼마나 넓고 깊은 곳인지 다시 보게 되었고,

우물 안 개구리같던 삶을 재정비하며 아프면서도 시원한 시간을 보냈다.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적인 것만을 쫓던 내게는 벅찬 순간들도 있었지만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뭉클 샘솟는 기분 좋은 경험들이었다.






2021년을 보내며, 마지막으로 온 가족이 불멍을 하러 가자고 예약했던 오늘,

최강 한파와 나의 지독한 감기 탓에 모든 일정은 취소됐다.


며칠째 감기약에 취한 탓인지,

갑자기 철이 들어 날 염려해주는 큰 아들에게 취한 탓인지,

불현듯 '올 한해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는 감동으로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혼자 앉아 멍한 눈으로 하얀 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울고 웃으며 지내온 1년이 영화처럼 스쳐갔다.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시간들이라는 중년.

그 어느 한 해를 이렇게 또 보냈구나....하는 뜨거움이 몰려왔다.


20대의 생기발랄했던 피부는 누르팅팅한 가죽으로 변색되었고,

꽉 끼는 청바지에 쏙 들어가던 탱탱한 다리도 흐물흐물 늘어나 흘러넘치지만,

2021년, 43세의 이 한 해를 열심히 살아 준 내가 고마웠다.


자유롭지 못한, 많은 제약을 받던 상황들이 2년째 이어졌지만,

그 가운데서도 빛나는 소망들이 또 꿈틀대고 있었다.


어둠은 언제나 우리를 삼키려고 으르렁 대고 있지만,

우리의 믿음과 사랑을 온전히 삼킬 수는 없었다.


내가 무엇을 하며 1년을 보내었나, 문득 떠오른 늦은 밤.

그래도 행복한 1년이었다고 고백하며 새벽을 맞이하게 된다.


다시 올 새벽, 2022년도 더 뜨겁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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