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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Dec 21. 2021

지금 심장이 아픈건,
백신 부작용인가요? 홧병인가요?

예민한 나의 몹쓸 습관

어디가 아픈 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몸이 무겁고, 항상 피곤한데 최근 들어선 심장이 묵직하니 아파왔다.

정기적인 피검사(갑상선 기능저하증 검사)를 해보면 내 몸의 균형은 나쁘지 않았다. 

올해 1월 국가검진에서도 아무 문제는 없었다.


온 나라가 백신 부작용과 백신 패스 문제로 떠들썩하다보니, 예민한 내가 그 덫에 걸린건지,

혹은 큰 아이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한 탓인지,

이상하게 두어달 전부터 가슴이 꽉 막힌 듯 아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코로나 백신접종을 한 왼쪽의 어깨 통증과 근육통이라 여겼고, 시간이 지나면서는 차츰 나아지겠지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찝찝한 마음을 접어둘 수 없을만큼 가슴이 묵직했다.


결국 백신접종을 맞은 병원에 찾아가 가슴 통증을 호소했다.

의사는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더니, 차분하고도 차가운 목소리로 한 마디를 내뱉았다.

"홧병일 수도 있구요......."


난 분명 내과를 찾았는데, 의사는 정신과를 찾은 환자마냥 날 측은하게 바라봤다.

"보통 접종 후에 심장 이상은 40대 남성 혹은 60대 이상 여성에게 종종 나타납니다. 40대 여성들은 가슴 통증을 호소하시지만, 결국은 심장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많더군요...음....일단 심전도 검사 해보시죠.."

"아....그래요? 그럼....혹시, 피검사는 안되나요?"

"피검사도 하시겠어요? 네...가능하죠...해드리께요. 전체적으로 해보시는게 낫겠죠?"


이미 의사의 표정은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는 확신으로 가득차 보였다.

난 정말 아팠는데...

거짓말을 한 것처럼 어색한 나의 표정과 몸짓은, 마치 의사가 보여줄 결과지에 이미 반응하는 것 같았다.


심전도 검사는 기분상으로 1분도 안되는 짧은 시간 같았다.

결과는 의사의 예상대로 이상 무.


피검사 결과는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제발 뭐 하나라도 걸려라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하면서, 미친 간절함까지 들기 시작했다.

그래야 내가 정말 가슴이 아프다는 것을 세상의 누군가는 알아줄 것만 같았다.

(진짜 무서운 결과가 나오면 어쩌려고...ㅠㅠ)




다음 날 아침 일찍, 결과를 보러 오라는 병원의 문자가 도착해 있었다.

뭔가 비장했던 나는 남편과 친정에까지 심장검사를 받았다는 소문을 내놓았지만,

그 결과는 모두를 안달나게 한 후, 오후 느즈막히나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머리 속에는 온통, '큰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바로 전화를 했겠지?'라는 걱정을 하면서도,

태연한 척 하루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6시쯤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스치듯 만난 의사는 역시나, 아무 증상도 없으며 염증 수치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봐라, 내 말이 맞지' 하는 거만한 표정으로 깔끔하게 결과를 들려주었다.


"계속 아프신가요?"

"네, 전 계속 아파요...."

"그럼, 혹시 신경안정제라도 원하시면, 처방은 해드릴 수 있습니다."

"네? 신경안정제요?.....아...아뇨 괜찮아요...나아지겠죠..."


그 결과지를 보고나면, 아픈게 사라질거라고 생각한건지, 

왜 의사는 저런 질문을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린 아이가 학교를 빠지려고 꾀병을 부리는 것도 아니요,

노인이 관심 가져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아닌데,

40대 여성은 무엇을 위해 수치상 나타나지도 않는 곳이 아프다고 하는지,

의사가 어떤 생각을 했던걸까?


신경안정제의 처방을 얘기한 걸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에게 나는 '홧병환자'였던 게 분명했다.

홧병은 수치상 드러날 게 없으니, 결국 가슴은 더 답답한 기분이었다.




결과를 들은지 또 며칠이 지났지만, 심장은 여전히 아프다.

심전도나 기타 검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심근염도 있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니, 왠지 더 아픈 것 같기도 하다.


의사의 말처럼 정말 홧병일 가능성도 생각해봤다.

(인정하긴 싫지만)


13살 아들의 백신 접종 문제, 중학교 진학 문제, 현재 학교 생활 문제, 사업의 문제, 연약한 내 마음의 문제....

이 모든 상황들이 내겐 그냥 물 흐르듯 지나칠 수 없는 사건이라는 자각...

언제나 뼈가 마르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몹쓸 습관.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홧병인지 심장병인지 조차도 고민하지 않는 심플함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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