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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잘안 Jan 18. 2022

아이와의 소통은 '대화'가 아니라,'이해'에서 시작

<내 아이는 훌륭하다> 중에서....

첫째 아들이 자리를 비운 일주일, 느릿느릿한 둘째 아들의 행동이 미치도록 눈에 밟혔다.

성격 급한 첫째는 눈치도 빨라 엄마의 요구사항을 즉각적으로 수용하고 처리하는 편이지만, 대기만성형 자칭 자유영혼인 둘째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빠릿한 첫째의 철벽 방어에 가려져 보이지 않던 둘째의 느슨함...

(나 대신, 가정의 평화를 위해 첫째는 항상 둘째를 독려하고 도왔다.)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보다못한 남편이 한 마디 보태었다.

"넌 왜 그렇게 애들을 들들 볶냐...둘째도 형이 없으니깐, 온통 니 신경질을 다 받아내고 있잖아...좀 놔둬라 제발.."

"내가 신경질을 낸다고? 당신도 눈이 있으면 보세요. 쟤가 아침에 할 일을 밤 9시 넘도록 미루고 있는 걸요!!"


일주일에 한 번 하는 수학 수업도 숙제를 미루고 미루어 수업 전날, 눈물을 머금고 겨우 마무리하는 아이.

독서 20분도 미루고 미루어 잠자리에 들기 전, 겨우 앉아 20분을  채우면 또 양치를 까먹었다고 화장실로 뛰어가 20분은 놀고 있는 아이. 

이게 우리 둘째였다.

행동이 느린건지, 하기가 싫은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아들을 이렇게 나의 기준으로 재고, 채근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의무는 다 하고, 권리를 주장하라'

이것은 분명한 나의 '삶의 철학'이었다.

학생으로써 의무는 '학습'이기에 반드시 그 의무를 다 하고, 그 뒤에 '놀 권리'도 주장하라는 것이었다.

아들에게 적용한 내 철학은 나름 '양육 철학'이기도 했고, 내 '욕심'이기도 했다.




또 다시 돌아온 저녁시간...

가슴이 쿵쾅거렸다. 

지금이 7시니까 분명히 아무 것도 안해두었을 테고, 내일이면 수학학원을 가야하니 숙제가 밀렸을테고, 하자고 하면 또 눈물을 흘릴 것이고....안봐도 비디오였다.


<내 아이는 훌륭하다>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율리아 기펜레이테르 지음)

아이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대화'가 아니라, '이해'에서 시작된다.
아이에게 무엇을 해 줄것인가를 고민하기 전에 내 생각과 아이의 생각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아들에게 또 상황을 설명하며 '대화'를 시작해봐야, '충돌'이 일어날 것 같았다.

아들의 무엇을 '이해'해주면, 다음이 편안해질까?

그것이 궁금해서 읽어본 책이기도 했었다.


나는 '의무'를 먼저 주장했지만, 아들은 '권리'를 먼저 내세웠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부딪힌 것이다.

그렇다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내가 먼저 '이해'의 손을 내밀어야 쉽게 일이 풀릴 것이니....

결국 아들이 원하는 '권리'를 수용해얄 것 같았다.


"아들~ 혹시 엄마랑 루미큐브 하고싶니?"

"응? 루미큐브? 진짜야? 엄마 하려고?"

평소 보드게임에 전혀 관심없는 나는 아들의 제안을 몇 번 거절한 경험이 있었다.

아들은 내 제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득달같이 달려나와, 루미큐브 판을 펼쳤다.


"엄마, 나 진짜 엄마가 이거 하자고 할 줄 몰랐네..와.."

"루미큐브 재밌다며...엄마도 머리 좀 써봐야겠다"

유난히 머리를 굴려야하는 보드게임이라, 상당히 귀찮은 부분이긴 했다.


1시간여동안 두 게임정도를 마무리하니, 아들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당연히 두 게임 모두 나의 패배였다.

일부러 져준 것도 아니라, 아들은 한껏 승리에 도취되어 있었다.


"엄마, 와...엄마 좀 배워야겠다~ 다음엔 내가 가르쳐줄께"

"그래, 그러자. 해보니까 재미있네~ 이것도 매일 하면 치매 예방도 되겠다야"

"당연하지~ 보드게임은 그냥 게임이 아니야, 이것도 공부같은 거야~"


저녁 8시를 조금 넘긴 시간, 아들의 눈치를 살피며 수학 문제집을  펼쳐 들었다.

"숙제가 얼마나 남았을까? 내일 갖고 가야하니까 한 번 확인해보자"

"숙제? 아 맞다! 하나도 안했는데...(웃음) 엄마, 우리 이거 빨리  하고 루미큐브 한 판 더 어때?"

"어?? 시간이 되겠어?"

"당연하지, 좀만 기다려. 내가 30분 안에 다 하께"


저녁 9시가 되기 전, 수학 숙제뿐 아니라, 학교 독서 일기와 잡다한 과제들을 순식간에 마무리해버렸다.

이 무슨 일인가 싶은...놀라운 광경이었다.

저렇게 빠른 손놀림과 안구운동이 가능한 아이였는지, 여태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10시 30분 취침 전까지 보드게임은 이어졌다.

너무나 지친 시간이었지만, 아들은 행복해했고, 나름 나의 '욕구'도 충족되는 시간이었다.

(아들과 충돌없이 편안한 저녁시간을 보내고 싶던 욕구 + 아들이 학생으로써 의무를 다해주길 바라는 욕구)





아이들을 대하는 일은 매 순간이 새로운 경험이다.

첫째를 이렇게 키웠다고 해서, 그것이 둘째에게 적용되지도 않았고, 남들이 저렇게 키웠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모두 해당되지도 않았다.


매번 육아서와 육아방송을 보며 느끼는 것은 단 하나!

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주면, 관계가 뚫린다는 것이었다.

작은 실천을 행한 나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제 느릿한 둘째를 알아가는 또 다른 육아의 장르가 시작됨을 자축하며....

육아박사로 거듭날 나를 기대하며....(눈물 찔끔)


아이를 이해하는 날들이 매일 쌓이고 쌓여, 아이도 나도 행복한 매일이 되기를 또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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