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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씩씩한 봉황새 Sep 09. 2023

시골약사의 하루

약사의 시작.

  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 아주 새파랗게 어리고, 뽀송(?)하고, 술을 새벽까지 마셔도 다음날 쌩쌩했던 어린 시절 이야기다.


  약사면허를 따고 군대 가기 전에 고향에 잠깐 내려가 일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 26살이었으니까 약국 일 배우는 하나하나가 진심이었고 엄청 재밌었다.

  심지어 우연하게도 근무하던 약국은, 어렸을 적 아토피가 심해서 매일같이 가던 피부과 밑에 약국이었다.

  사실 그 약국을 환자로 다닐 때, 약사님의 설명이 너무 따듯하다고 느껴서 약사가 되고 싶었다. 주작 같지만 진심이다. 그 후로 생활 기록부 장래희망칸에는 모두 약사라고 쓰여있다.


입사하고 국장님께 (약국의 주인을 약국장이라고 한다.) 애정 어린 고백을 했다.


"국장님. 전산차트 보시면 저 여기 꽤 오랫동안 다녔어요. 국장님 때문에 약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고요."


내 이름을 전산차트에 두들기시더니

"그렇네? 몰랐네~ 학생 때네? "

라고 하셨다.


"그때 약사님이 저에게 기름진 거 많이 먹지 말고 가려우면 찬물에 담그기도 하고, 우유나 계란 같은 단백질도 아토피 원인일 수 있으니 끊어 보라고 하셨어요."


"내가 그랬나? 엄청 친절한 약사였네~"


  내가 중학생 때 약국장님은 26살 초보 약사였고 지금 그 약국의 근무약사셨다. 사회 초년생이셨고 친절한 약사님이셨다. 지금은 그 약국의 주인이 되셨고 지금도 친절하게 복약지도를 해주신다. 8년 전 나는 그 약국에 26살로 입사를 했고 약사의 길을 시작했다.


  나는 그 당시를 추억하며, 약사가 된 이유를 항상 곱씹으면서 약국을 운영하였고, 지금도 국장님과 형, 동생 하며 지내고 있다.  


  인연이란 것, 또 인연을 이어 간다는 것, 그로 인해 내가 살아가면서 추억이 된다는 것. 

참 표현하기 어려운 감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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