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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Mar 07. 2022

Don't look up!

Actually, you need to look up, stupid!

이 영화는 액면 그대로 감상해도 무방하다.


액면 그대로 봐도 된다는 뜻은, 영화에서 묘사하듯 우주 건너편 먼 곳에서 날아 온 혜성이 지구에 부딪혀 그 충격으로 인해 인류가 멸망한다는 이야기가 실제로, 거의 100퍼센트의 확률로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영화를 감상하라는 뜻이다. 나하고는 상관없는 무슨 과학자들이나 이해할 수 있는 복잡한 Science Fiction이 절대로 아니라는 얘기다.


여기서 "감상"이란 단어선택해는 것이 다소 불편하지만 이에 대해선 나중에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일단 넘어가기로 한다.


영화의 플롯은(물론 다 아시겠지만)  

1) 지금 지구는 파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지구의 파멸이란 지구상의 인류와 인간이 쌓아 올린 모든 문명은 물론 모든 생명체가 순식간에 멸종됨을 뜻한다.

2) 위기의 원인은 지구를 향해 엄청난 속도, 무려 초속 70km(환산하면 시속 250,000km, 마하 223)로 돌진하고 있는 대략 9km 크기의 혜성(Comet)이다. 그러나 위기의 본질(또는 엔지니어들이 즐겨 쓰는 단어로 Root Cause)은 인간의 무지, 무관심, 탐욕에 기인한다. ...기껏 9km의 크기라니 지구가 얼마나 큰데..., 속도가 어쨌든 말이다!!

3) 그래서 하는 말인데 쳐다보지 마(Don't look up!) 걱정도 하지 말고 우린 다음 선거에서 이겨야 해.

4) 다만 인간에겐 아직 6개월이란 시간이 주어져 있다. 따라서 이 영화는 6개월간의 스토리다. 시한부 인류의 마지막 6개월!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은 미시간 대학(Michigan state university)의 박사과정 학생과 지도교수가 발견해 냈는데..., 아이비 리그에도 끼지 못하는 무슨 대학? 그렇지 미시간 주립대학이라 했나? 어쨌든 그런 지잡스런(어쩌다 이렇게 모멸적이고, 야비하고, 파괴적이고, 혐오스럽고, 수치스러운 단어가 한국말에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대학의 촌스럽기 짝이 없는 어떤 교수(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상대하는 것도 전혀 즐겁지 않은 경험일 뿐만 아니라 그가 떠들어대는 이해할 수 없는 경고는 정말이지 미덥지 못하다 못해 황당무계하기 짝이 다.


하지만 모사꾼의 전형, 영악한 정치배 현직 대통령(메릴 스트맆) 장점이 있다면 이 상황을 한눈에 꿰뚫어 보곤 곧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할 수 있다는 능력이다. 아하! 저 촌스런 친구의 황당한 경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형편없는 지지율을 만회해 보자!누가 아나, 다음 선거에서 이길지?


해서 우주 방위군(?)을 태운 수많은 로켓이 핵폭탄을 싣고 전 세계 시민의 시선과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발사대를 떠나 비장한 몸짓으로 우주로 치솟는다. 웬만한 수준의 관람객이라면 이 정도의, 즉 강력한 폭탄을 터뜨려 혜성의 궤도를 바꿈으로써 지구와의 충돌을 막는다.... 시나리오를 오랫동안 인류가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리라 믿는다.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대통령의 최대 물주 Bash그룹의 주인 피터의 반대로 수백억$(아님 수십억 또는 수천억인지 도무지 알 길이 없지만)의 국민 세금을 들인 우주작전은 갑자기, 졸지에 중도에 취소가 돼 버린다. 수많은 우주선과 영웅들이 비행을 하는 그 순간에 말이다...!!


한편, 그 촌스런 미시간대 교수는 그렇고 그런 모닝 TV쇼의 닳고 닳은 앵커(케이트 블란쳇)의 입맛 당기는 사냥감이 되어 버렸다. 촌스럽긴 하지만 어딘가 귀여운 데가 있는 저 시골뜨기 교수의 심각한 모습이란 아주 웃기는, 너무너무 웃기는, 참을 수 없는 심각함 웃겨 버림이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훌륭한 가십거리가 아닐 수가 없다. 더군다나 저 남자랑 바람 피우는 쏠쏠함은 또 어떻고.... 아무도 모르라고 혼자 덮고 오는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미시간 얘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이 영화는 아무래도 마이클 무어가 감독했다고 해야 더욱 근사할 것 같다. 마이클 무어! 최소 12명의 주민이 납 중독된 수도물을 마시고 죽었다는 미시간 Flint 출신, 자동차 공장 조립라인에서 일하던 아버지를 두었다는 그 삐딱한 마이클 무어 말이다.

세상(미국)의 부조리를 어쩌면 그렇게 신랄하게 그리고 코믹하게 비판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그토록 쉬운(?) 표현을 써 가며 말이다. 그의 주머니가 조금만 두둑했어도 그래서 그가 진짜로 이 영화를 감독했었다면 어땠을까? Adam McKay에게 양해를 구한다.


Flint  출신 또 한 명의 유명 인사가 또 있다. Marry Barra! 한때 직원의 수가 60만에 달했던 Genearl Motors의 최고 대빵, 그녀의 아버지는 자동차 공장에서 금형 깎는 노동자였는데(그녀는 따라서 신분상승의 사다리의 표본이다) 그녀 역시 조금 삐딱한 데가 있다. 도날드 트럼프가 캘리포니아의 엄격한 배출가스 규정을 파기하는데 협조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녀는 과감히 거절했다. 그 아니 삐딱한가?


그러고 보니 미시간 출신 유명 인사중엔 삐딱한 사람이 많다. 온갖 기록과 찬사가 따라 다니는 힙합의 아티스트, 부시 대통령도 까대고 마이클 잭슨도 불쾌하게 했다는 에미넴도 삐딱한 미시간 출신이고, 개인적인 삶은 무척 열심히 사는 것 같지만 가끔 듣는 사람 보는 사람 헷갈리는 언행을 마다하지 않는 마돈나도 나름 무척 삐딱해 보인다. 반대방향으로 삐딱한 것이 좀 문제지만.


그건 그렇고 영화 얘기로 돌아가면.............

세상엔 꽤 많은 천재가 존재한다. Face Book을 만든 저커버그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일론 머스크,,,

그리고 BASH그룹의 피터!


피터는 자신이 개발한 테크놀로지에 무한대의 절대적 신뢰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누가 자신을 "고작" 훌륭한 사업가라는 부르는 것에 분노할 정도로 자신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기껏 천문학자인 촌뜨기 교수의 단견과는 달리 자기 자신은 위기 속에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미래를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해답을 찾은 전지전능한 천재이자 지도자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의 어투가 시종 시니컬 한 이유는 주변 사람들의 무식함에 기인한다. 왜 그렇게도 무식하고 이해를 못 할까? 정말 짜증 나고 경멸스러워!!

말하자면 잔소리가 되겠지만 그런 그에겐 미국의 대통령도 칠종칠금할 수 있는 파워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우리의 영웅이자 천재 피터우주를 향한 또 다른 시도터무니 없이 실패하고 예의 혜성은 6개월간 열심히 깜깜한 우주 공간을 달려와 마침내 지구에 파괴적 암팩트를 가하고, 인류 아니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바야흐로 우리 모두가 멀쩡히 죽어 나빠질 순간에 당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스피노자는 내일이 종말이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노라 그랬는데?

해답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에 훌륭한 샘플이 제시된다.

인간관계의 회복, 별거 아니다. 틀어진 자기 마누라에게 용서를 구하고 와인을 곁들인 저녁을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것, 가장 평범한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욕구를 채우는 일이다.


자 이제 영화를 좀 "삐딱하게" 보자. 간단하다...

혜성을 기후변화 또는 Global Warming으로 치환하고, 메릴 스트맆이 연기한 그 대통령을 도날드 트럼프로 바꾸는 것이다. 자! 말 되는가?


트럼프가 자신의 주변을 제 자식들로 둘러싼 것처럼 그 여자 대통령의 Chief of staff도 제 아들이니 이건 닮은꼴도 보통 닮은꼴이 아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를 음모라고 규정한 그 으뜸 또라이와 그를 추종하는 수많은 또라이들이 바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거 아닌가?


기온이 섭씨1.4도만 오르면 인류는 Tipping Point를 지나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의 길로 들어갈것이란 학자들의 경고가 헛말이 아닐텐데,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훨씬 더 처참하고 훨씬 광범위한 재앙이 우리를 향해 곧바로 쳐들어 올 것이다. 인간의 무지와 무관심이란 어둠속을 통해서 말이다.


사실을 말하자면 쳐다 보지 말지(Don't look up!)말고 쳐다 봐야(Look up!)된다. 그리고 각자 도생할 궁리를 해야한다.


그래서 이런 상황에 이 영화를 "감상"하고 앉아 있을 수가 없다. 이 영화는 공습 사이렌이고 공습 사이렌 소리가 아름답다 시끄럽다 감상이나 하고 있는 자는 결단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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