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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Apr 18. 2022

푸디 안녕 2

나는 언제부턴가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동물은 기쁨이나 슬픔 또는 외로움이나 행복감등의 감정느낄 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의리를 지키고나 의구심도 품을 줄 아는 지적능력도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게 믿는 것이니 굳이 증명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딱히 증명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꾸준히 관찰해 왔던 바에 의해, 나는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몇 해 전 이태리 Assisi를 여행하던 중 들렸던 St Francis 성당에서 접했던 놀라운 벽화는 그러한 나의 생각을 거의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 벽화에는 St Francis가 동물을 모아 놓고 설교를 하고 축복을 장면이 나온다.


St Francis가 누구인가?

그분은 청빈의 상징이자 현직 가톨릭 교황 프란체스코의 롤모델이 되신 분이다.(참고로 현직 교황 프란체스코는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자신의 새 이름을 바로 그 Assisis의 St Francis로부터 따 왔다)


설교와 축복은 육체보다는 영혼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한다면 지나친 비약인지 모르나 어쨌든, 그 위대한 성자도 동물에게 영혼이 있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동물들에게 설교도 하고 축복도 하셨을 것이다. 그런 사실여행 중 우연히 발견했다는 사실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는데 왜냐면 그로부터 나는 나의 믿음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16년 하고도 육 개월을 한 식구로 살았던 우리 Poodie를 안락사시키기로 마음을 굳히기 전후로 이런 믿음은 어느새 간절한 소망으로 변했다.


 영혼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고, 또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푸디 덕에 천당에 가야 할 이유가 내게 생긴 것이다.

그곳에서 녀석이랑 또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소망이 생긴 것이다.


 나는 푸디가 천당에서 그저 RIP(Rest In Peace)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녀석이 이 세상에서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에서 열심히 HFIH(Having Fun In Heaven) 하기를 바란다.

어디서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벗어 논 양말을 물고 다니거나 쓰레기 통을 뒤지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녀석과 함께 또다시 즐겁게 장난을 치는 그런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천당이 아니겠는가?

안녕 푸디~ HFI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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