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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Jul 25. 2021

여름 성경학교

계절의 수례가 중복을 지나 말복을 향하고, 젊음의 계절 여름은 폭염의 절정을 이룰 때쯤 여러 교회에서는 여름 성경학교가 시작되지요. 이럴 때면 생각 나는 우리 아들 어렸을 적 이야기가 있습니다.

 

녀석이 8살쯤 되었을 땐가요? 

녀석은 그때 다니던 캐나다 교회(Campbell Baptist Church)에서 열린 여름 BIBLE SCHOOL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성경 구절을 외워 오는 꼬맹이 학생들에게 쿠폰을 나눠 주더군요. 장난감 등의 선물과 바꿀 수 있는 쿠폰 말입니다. 

그것을 받기 위해서 녀석은 매일같이 성경구절을 열심히 외웠습니다.

뜻이나 제대로 알고 외우기나 했는지 다소 의심스럽긴 했습니다만...


쿠폰을 모아 당시 유행하던 유기오 카든가 뭔가 하고 바꾼다고 하길래 이왕이면 많이 외워 카드도 많이 받아 오라고 녀석에게 충고를 했습니다. 성경구절을 외워 녀석이 좀 착해지면 좋겠고 또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지요.


물론, 저의 이런 의도는 지극히 비종교적이고 이해타산적인 것이다고 누가 비난해도 할 말이 없습니다만 좌우지간, 그런 나의 충고에 녀석은 당연히 동의를 하더군요. 행동으로 말입니다.


제가 어렸을 적,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춘천교회 예배당에서도 여름 방학 때만 되면 여름 성경학교가 열렸습니다.


그때 생각이 납니다. 뜻도 모르고 성경구절을 따라 외웠던 거 하며, 찬양을 하는지 고함을 지르는지 구분이 안되게 옆반 친구들과 경쟁적으로 찬송가를 크게 부르던 일.


기도 시간에 옆에 앉은 친구 군밤 먹이다 주일학교 선생님한테 더 큰 군밤 세례를 당했던 일.


그래도 성극 시간에는 조연이라도 맡았으니 그래도 나 같은 악동을 이쁘게 봐주신 주일학교 선생님들의 혜량을 고마워해야 했던 기억 등이 지나간 세월의 길이에 상관없이 아직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그랬었지요…..


그런데 저는 좀 놀랐습니다.

글쎄 우진이란 녀석이 장난감 대신 성경책을 하나 들고 왔지 뭡니까?

쿠폰을 성경책과 바꾸다니... 장난감 대신에 말이지요.... 전혀 예상을 못했던 일입니다.


물론, 두고 봐야지요. 성경책을 베개 대용으로 쓸런지 아니면 매일 읽을 것 인지.. 한 번 떠 봤습니다. 이거 아빠 가지면 안돼? 그러나 녀석은 단호했습니다. 안돼....


성경책을 선택한 것... 솔직히 말해 녀석의 이런 면은 저를 닮지 않았습니다. 아마 저희 아버님을 닮았나 봅니다. 저 같으면???? 어림없지요.


어쨌든, 이곳의 여름 성경학교는 춘천보다 좀 일찍 막을 내렸습니다. 아마도 우리 아들 녀석의 기억에 평생 남을 그런 여름 성경학교가 말입니다.


이번 여름에도 수고하실 모든 주일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의 주인공인 꼬맹이 학생 여러분, 이 번 성경학교도 여전히 뜻깊고 즐거운 행사가 될 수 있기를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주안에서 평안하시길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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