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다 계획이 있구나
산티아고 순례를 계획하며 - 또?!
비행기도 예약했고, 타고 갈 자전거도 골랐으며 무엇보다 마음도 굳혔다.
이제 산티아고를 향해 산티아고(야고보)의 가르침을 마음에 품고 간다.
<형제자매들이여 모든 시련과 유혹을 기쁘게 받아들이시라, 시련은 인내를 키우고 인내는 그대를 완전케 하리니...>
2년 전 세웠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늘어놓았던 긴 푸념을 되돌아본다. 무엇이 얼마나 변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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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병이 몰려와 전 세계를 덮쳤다. 여러 유럽 국가 중에서도 특히 스페인은 심한 타격을 입었다. 본래 계획대로 여행길에 올랐어야 할 오늘(5/16) 현재 스페인의 코로나 바이러스 사망자는 2만 7천여 명을 훌쩍 넘었다.
SNS상에는 바리케이드로 막혀 있는 산티아고 성당의 사진이 올라와 있고 순례길 상의 모든 숙박시설과 식당도 문을 닫았다는 소식도 올라와 있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 경찰은 스페인 정부의 집안 대피 명령을 어기고 집 밖에 나와 돌아다니는 사람을 체포 한다고 한다.
한편에선 넉달전에 예약한 항공편 비행기 회사에서 최후 통첩(?)이 왔다. “5월 비행 스케쥴은 모두 취소함. 그러나 향후 24개월 이내에 언제라도 기 지불한 만큼의 금액에 대해서 크레딧을 주겠다.” 한 마디로 환불은 안해 줄테니 예약을 연기하라는 것이다.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영화 기생충에서 송강호가 아들에게 던지던 그 말이 떠오른다. 계획은 아무리 좋아도 지켜 지지 않는 거다…. 나에겐 다소 빈정 거리는 듯한 反語로 다가왔다.
작년에 거행 하려 했던 계획을 사정이 있어 올해로 미루었는데 올해는 예측하지 못한 큰 놈, 아니 아주 작은 코로나 바이러스란 놈들이 몰려와 전 인류의 삶을 뒤집어 놓은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니 이게 무슨 인연이란 말인가? 더군다나 얼마나 더 기다려야 이런 비상사태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큰 맘 먹고 순례의 길을 떠나려던 계획이 두 번씩이나 미루어지는 마당에 계획이란 다 무슨 소용인가.
역시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의 신통력은 보통이 아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