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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호 Aug 23. 2021

환갑 기념 100킬로 자전거 타기

그래서 70엔 70마일, 80엔 80마일...

MTB는 급격한 업힐이나 다운힐 아니면 다양한 장애물을 맞이 하는 순간마다 필요한 기술이 다르고 에너지 소모량, 페이스 완급의 정도가 높은 반면, 로드 바이크를 탈 때 가장 필요한 능력은 최대한의 파워를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 지구력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인내심이다. 

그리고 장거리를 라이드 할 때는 자신의 능력에 맞게끔 체력의 안배를 적절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너무 일찍 체력이 고갈되거나 근육에 무리가 가 큰 낭패를 볼 수도 있다. 특히, 맞바람이나 긴 업힐을 할 때 자신의 속도를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로드 바이크는 또 다운힐의 짜릿함이나 장애물을 뛰어넘을 때 희열을 느끼게 하는 MTB와 달리, 때론 몹시 지루한 반면 다리 근육, 엉덩이는 물론 몸 전체에 엄청난 고통을 느끼게 한다.


자신의 체력과 정신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여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마라톤과 유사할 것이다.


올해 나이 60... 60을 맞아 60마일 도전에 나선다. (실제는 62마일 즉 100km, 영어로는 Metric Century).


아침 9시 영상 3도의 쌀쌀한 기온에 편서풍이 시속 15 마일로 심하게 분다. 다만 강한 햇살이 다소 위안을 주지만 강한 맞바람을 맞아 속도가 나지 않는다. 최고 속도가 고작 24 KPH... 어떤 때는 17 KPH까지 떨어지고 힘은 힘대로 든다. 그런데도 나를 추월해 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옛날에 놓여 있던 철로를 걷어내고 아스팔트로 자전거 길로 만들어 놓은 이른바 Rail Trail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31마일 놓여 있어 왕복 62마일이다. 말이나 일체의 동력을 이용한 탈 것은 이용이 금지되어 있다.


Trail을 따라 자작나무가 흰 빛으로 서 있다. 자작나무만 보면 떠 오르는 어느 소설의 정사 장면, "자작나무 숲 속 달빛에 비친 그녀의 나신은 마치 흰 대리석처럼 빛났다."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게오르규의 25시에 읽은 구절이었던가?


자작나무 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우랄산맥에서 서쪽으로 대략 400킬로 떨어진 외딴곳, 그곳에 차이코프스키의 생가가 있었고 그곳에 가려고 근처의 공항에 착륙하면서 내려다보았던 광활하기 그지없는 자작나무 숲 그리고 바람!.... 툰드라 지방의 차가운 바람을 받으며 마치 서로의 체온을 나누고자 자작나무는 그렇게 하얀 색깔로 군집을 이루고 있었나 보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니 미송 군락지가 이어진다. 한국의 소나무는 개체로 보아야 멋이 있다. 그 멋들어지게 휘어진 가지, 장엄 하기까지 한 모습은 남과 타협을 거부하는 선비의 기개와도 같다. 미송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개체로는 볼품이 없다. 싱겁게 키만 크고 이파리는 높은 꼭대기에만 펼쳐 있고 그러나 미송은 군락을 이룰 때 정말 멋있다. 독일 병정처럼 질서 정연한 듯, 올곧기만 한 미송은 그렇게 떼를 지어야 비로소 아름다운 숲이 된다.


반환점 3킬로를 남겨 두고 그만 끌바를 해야 했다. 아무래도 맞바람에 체력을 너무 일찍 소진한 것 같다. 허벅지가 쑤시고 엉덩근이 찢어지는 듯했다. 손바닥도 아프고 팔과 손은 얼어붙은 듯 놀림이 자유롭지가 못했다.


벌써 반환점을 돌아 출발지로 향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나는 중간도 못 되는가?.. ㅠㅠ.


세 시간 걸려 반환점에 도착하니 그곳엔 앞서 도착한 사람들로 가득하다. 피자 두어 쪽과 과일 등으로 요기를 하면서 우연히 같은 동네에서 온 사람을 만나 잡담을 나누며 살펴보니 대회에 참가한 사람 중에 나이 든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고령화 사회는 이제 글로벌 언어가 됐다는 실감이 들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고령은 실제 고령이 아닌지도 모른다. 고령이든 아니든 그건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어쨌든.....


돌아오는 길은 이제껏 길을 막던 역풍이 순풍이 되어 뒤에서 밀어주는 덕에 수월하였다. 최고 속도가 무려 33 KPH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이미 오후로 들어선 까닭에 풍향은 바뀌어 옆으로 분다. 세상이 항상 공평한 건 아니다.


이제 쉬어가는 빈도가 높아진다. 첨엔 15킬로, 나중엔 10킬로마다 쉬었다. 기온은 영상 10도. 하늘은 구름이 잔뜩 끼었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빨리 도착지에 도착하고만 싶다. 다리 근육은 뇌와는 결별 한 지 오래 저절로 페달을 돌리고 있다.


하얀 팻말, 이정표에 적힌 숫자는 이제 한자리... 첨엔 9마일..... 잠시 후 8마일.... 한참 후 7마일.....

드디어 3마일이 되는 순간 내 몸은 다시 생명을 찾은 듯하다. 3마일 이면 거꾸로 매달아도 갈 수 있는 거리다.  


변덕이 심한 바람이 그래도 많은 도움이 되었나 보다 갈 때 보단 빠른 두 시간 만에 50킬로를 주파했으니. 다시 돌아온 출발지엔 차 몇 대 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어 파장 분위기가 완연하다.

그렇게 60 기념 60마일 완주가 끝났다. 그래도 나보다 뒤처진 사람이 있는데 뭘.... 


내년엔 61마일을 완주해야지, 70엔 70마일 그러면 100살엔 100마일? 농담이에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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