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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푸디

동물, 영혼, 프란체스코

by 이기호

나는 언제부턴가 동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그렇게 믿는 것이니 굳이 증명을 할 필요도 없거니와 딱히 증명할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적어도 오랫동안 꾸준히 관찰해 왔던 바에 의해 나는 그런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몇 해 전 이태리 Assisi를 여행하던 중 들렸던 St Francis 성당에서 접했던 놀라운 벽화는 그러한 나의 생각을 거의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 벽화에는 St Francis가 동물을 모아 놓고 설교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St Francis가 누구인가?

그분은 청빈의 상징이자 전직 카톨릭 교황 프란체스코의 롤모델이 되신 분이다.

(참고로 교황 프란체스코는 자신이 교황으로 선출된 직후 자신의 새 이름을 바로 그 Assisis의 St Francis로부터 따 왔다)


그런 분의 믿음을 우연히 확인한 것은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일 뿐만 아니라 나의 생각을 혹시 누가 황당하다고 비웃 울까 걱정할 필요가 말끔히 사라져 버렸다.


지난 16년 하고도 육 개월을 한 식구로 살았던 우리 Poodie를 안락사시키기로 정하고 실제로 실행에 옮기던 와중에 이런 믿음은 어느새 간절한 소망으로 변했다.


영혼은 육체로부터 자유로와 질 수 있고, 또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푸디 덕에 천당에 가야 할 이유가 내게 생긴 것이다.

그곳에서 녀석이랑 또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소망이 생긴 것이다.


나는 푸디가 천당에서 그저 RIP(Rest In Peace)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녀석이 이 세상에서 그랬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곳에서 열심히 HFIH(Having Fun In Heaven) 하기를 바란다. 어디서 찾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벗어 논 양말을 물고 다니거나 쓰레기 통을 뒤지거나 하면서 말이다.


그래서 녀석과 함께 또다시 즐겁게 장난을 치는 그런 곳이라면 그곳이 바로 천당이 아니겠는가?


안녕 푸디~ HFIH!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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