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40분, 수십명의 학생들이 앉아있는 자습실에서 오늘도 자습이 시작되었다. 시작하자마자 졸음이 쏟아지는 학생, 잠을 깨기 위해 복도로 나가서 자습하거나 아예 일어서서 공부하는 학생이 보인다. 나도 이제 내 할일을 해야 한다.
오늘따라 머릿속에 들어오는게 없다. 딴생각도 많이 나는것 같았고, 한번 재정비를 할 필요가 있었다. 문득 학교 근처의 뒷산이 생각났다. 그곳이라면 마음의 정리가 잘 될 것 같았다. 어차피 수 명의 학생들이 화장실이나 교실로 드나드는데, 나 혼자 자리를 오랫동안 비운다고 해서 감독교사에게 걸릴 일은 없을것 같았다.
결심을 했다. 자리에서 일어난뒤, 천천히 복도로 나갔다. 복도에는 10명이 남짓한 학생들이 스탠딩 책상을 가져와서 자습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들 사이를 유유히 지나간뒤, 뒷산과 가까운 학교 건물 문으로 향했다.
문을 열어서 밖으로 나온뒤, 미친듯이 학교 후문으로 뛰어갔다. 혹시나 늦게 퇴근하는 교사한테 걸릴수도 있었지만 나를 막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 후문에 다다르니, 불과 몇 미터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뒷산의 입구가 보였다. 나는 천천히 입구로 향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약 3분이 지난뒤, 산에 있는 작은 공원이 보였다. 이 산은 원래 더 높은 곳이 있었지만 나는 여기까지만 올라왔다. 공원으로 가니 도시의 야경과 항구, 등대, 바다의 불빛들이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여기에 배 출항하는 소리까지 들려오니 낭만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이건 명백한 학교탈출이었지만 나에게는 마음을 정비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공원에 있는 흔들의자에도 앉아보고 망원경으로 바다를 보기도 했다.
한 30분쯤 지났나….이제 다시 공부하러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다시 산을 내려온뒤, 경계태세를 갖추고 후문으로 진입했다. 다시 뛰어서 아까 나갔던 학교 건물 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안에서는 학교 문을 열 수 있지만 밖에서는 마음대로 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이제야 기억했다. 저녁이니 학교 건물 문들은 거의 다 닫혀있을것이 뻔했는데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나는 학교 건물을 돌아서 정문으로 향했다. 다행히 정문은 열려 있었고,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무사히 자습실로 다시 돌아왔다.
잠시 찬 바람을 쐬고 오니 집중이 더 잘되는것 같았다. 역시 한번쯤은 재정비할 시간이 있어야 하나보다. 학탈은 어쩌면 다른 말로 낭만이 될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