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이 뭐니?
18.
딸아.
아직은 네가 어려서 모를 일이지만 요즘 세상을 살면 대부분 명품을 좋아하지.
아, 물론 대부분이란 말은 어폐가 있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만 명품을 좋아하는데, 누군가가 명품 선물을 받으면 다 좋아하긴 해.
그런데 명품이 뭘까?
아빠 생각에는 명품이란 대체로 해외에서 수입된, 외국인들도 좋아하는 비싼 물건들을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
종류가 많지만 비싼 시계, 비싼 가방, 비싼 옷과 신발 같은 거지.
그런데 아빠의 소견으론 그건 고가품 내지는 사치품이지 ‘명품’은 아닌 것 같아.
명품의 사전적 정의는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사용되며, 상품적 가치와 브랜드 밸류를 인정받은 고급품을 일컫는 말'이라고 하거든.
그런데 그 가치라는 게 상당히 주관적이야.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사람이 그저 가방이 필요해서 가까운 백화점에 가서 브랜드 밸류가 있는 가방을 산다. 그건 그저 일용품이지.
그런데 누군가는 그 가방을 사기 위해 몇 달 월급을 모으거나 아니면 노심초사 고민 끝에 할부로 산다면 그건 사치품이야.
물론 비싸고 소위 ‘장인’들의 손에서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물건들이 뭔가 좋은 부분은 있지.
그러나 실제로 생산 단가와 비교해 이름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거든.
그래서 우리나라의 명품이란 대개 계급장 같은 거야.
내가 이 정도 재력이 있다.
내가 이런 거 갖고 다닐 정도의 능력이 있다.
뭐 이렇게 드러내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하지만 그것도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돈에 구애를 안 받는 사람들에겐 그냥 예쁜 가방 이쁜 옷 정도에 불과해.
누군가 소위 명품으로 치렁치렁 치장하고 전철을 타고 다닌다고 쳐.
게다가 그 명품을 혹 누가 흠집이라도 낼까 봐 안절부절 모시고 다닌다고 치자.
그건 이미 그 사람의 능력 범위를 넘어서는 거니 사치품인 거지.
그리고 대부분은 그 물건이 아마도 짝퉁이라고 생각할 거야.
대중교통 이용자를 모독하려는 건 아니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짝퉁 가방을 메고도 벤츠에서 내리면 대개 진품이라 생각하거든.
그 사람이 돈 많은 부자인 걸 알고 있는데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의 브랜드를 보고 짝퉁인지 아닌지 살피는 사람도 없어.
실제로 아빠가 일 때문에 만난 소위 명품 브랜드의 한국지사장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길거리에서 산 짝퉁 넥타이를 매고 다니더라고.
본인도 그걸 개의치 않고 일부러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어.
또 어떤 사람은 그다지 인지도 없는 수입 브랜드의 중저가 트렁크를 가지고 있었는데,
늘 여행 때 그 가방에 스침이라도 생길까 봐 별도의 보호 커버를 구매해서 씌우고 다니더라고.
인천공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들 다수는 보통 보면 우리가 흔히 보는 명품 브랜드 여행 가방을 밀고 나오는데,
그 가방에 세관 스티커 같은 것과 여행사 스티커 같은 게 덕지덕지 붙어 있거든.
그리고 막 굴리고 집어던져.
그 사람에겐 그저 여행용 가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거야.
그 브랜드 자체가 과거 제국주의 식민지 시절에,
머나먼 대서양을 건너 동남아시아 식민지에 가고,
그 식민지는 대개 열악한 환경과 도로 사정이 나빴기에 그런 거칠고 오랜 기간의 여행 동안 개인의 잠을 잘 보관시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거든.
유럽에 족보를 둔 명품 브랜드란 것도 대개 과거 귀족들이 특별히 질이 좋은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제품들을 선호해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보통 일반인들도 여행을 자주 가고,
마트에서 홈쇼핑에서 구매한 평범한 여행 가방들도 품질이 좋아서 어지간하면 품질 문제로 명품을 택하는 경우는 드물어.
오히려 나날이 발전하는 여러 하드웨어나 재료, 기술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보수적인 특성이 있어서 불편한 때도 있지.
물론 그 브랜드를 지켜내려고 수많은 디자이너와 기술자들이 고심하는 건 알아.
하지만 그걸로만 보기에는 너무 가격이 일반적이지 않은 것도 사실이야.
물론 나중에 네가 네 경제 능력이 충분해서 내키는 대로 이왕 사는 거 질이 좋은 물건을 선호한다면 그거야 네 마음이야.
그러나 가격대에 고민하며 전전긍긍하는 상황이라면 명품 같은 건 네게 아무 의미 없는 물건이라는 걸 알아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