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때는 말이야 17

생일 축하해 우리 딸

by 능선오름

17.

딸아.

생일 축하한다.

올 초에 엄마를 불의로 잃고 처음 맞는 생일이네.

어린 네가 그동안 얼마나 상심을 했는지, 지금도 얼마나 앙가슴을 졸이는지,

아빠는 사실 잘 짐작을 못 한다.

아빠가 네 나이에 엄마를 잃어보지 않았기에 그저 네 슬픔에 내 슬픔을 얹어 막연하게 짐작할 따름이란다.

아프지. 당연히 아프겠지.

나는 또 조금은 다른 의미로 아픈 거지만 엄마가 없이 맞는 네 생일 또한 처음이라 몹시 슬프다.

수년 전 네가 태어난 오늘을 기억한다.

뭐가 그리 급했는지 예정일보다 두 달을 먼저 태어날 수밖에 없던 너.

그리고 그런 상황 앞에서 기쁘기보다 두려움과 혼돈에 쌓여있던 아빠.

수술실에서 나온 너는 이쁨보다 너무나 작고 가냘파서 겁이 덜컥 났었지.

태어나 부모의 온기를 느껴보지도 못하고 두 달 내내 플라스틱 장치 안에 홀로 덩그러니 버텨야 했던 네가 너무 안쓰러웠다.

작디작은 네 몸에 주렁주렁 매달린 온갖 호스들을 보며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어.

그나마 다행인 건 네가 자가 호흡을 하고 적게나마 분유를 수유할 수 있어서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단다.

두 달간 하루에 면회가 허용된 아침과 저녁.

아빠는 매일 그 시간마다 신생아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곤 했지.

그 와중에 아침저녁으로 매일 네 이름을 스티커로 붙인 주문 수제 쿠키 꾸러미를 손에 들고.

아빠가 그때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그렇게라도 너를 돌보는 이들에게 네 이름이 기억되어야 그래도 뭔가 더 마음 써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단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수제 쿠키를 주문하고 받고, 낱개 포장마다 네 이름 스티커를 붙이던 아빠의 마음을 네가 커서 이해할진 모르겠다.

이해 못 해도 괜찮아.

너에게 뭘 바라고 한 마음이 아닌 그저 그 당시 아빠가 할 수 있는.

너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자 최대치였으니까.

그래서 네가 퇴원할 때쯤엔 모든 소아병동 간호사님들이 너를 알고,

담당 의사께서도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라며 고개를 가로젓곤 했다.

너는 그렇게 두 달 만에 집에 도착했어.

그때부터 매일 밤 아빠의 수유 불침번이 시작되었지.

애초 작게 태어난 탓에 한 번에 많은 양의 분유를 먹지 못하고 보통 아이들 절반에 못 미치는 분유를 자주 먹어야 해서 아빤 거의 못 자고 너를 먹였었어.

그런데 이제,

네가 이만큼 자랐는데 너의 생일을 앞으로는 아빠 혼자서 챙겨야 하는 마음이 아프구나.

아빠의 마음보다 네 외로움이 더 크겠지만.

그거 느끼지 않게 어떻게든 해보려고 평소의 생일에도 않던 요란한 장식도 하고,

아침 일찍 전복 미역국을 끓이고 네가 좋아하는 떡갈비를 만들어 굽는 동안 마음이 참 착잡했다.

이전 네 생일에도 아빠가 미역국을 늘 끓였으니 새삼스럽진 않지만,

오늘은 유독 서럽고 유독 너에게 마음이 쓰이는 아침이다.

그래도 딸아.

외로워하지 말고 슬퍼하지 마.

아빠가 엄마 몫까지 열심히 챙겨줄게.

아빠가 너 처음 태어났을 때 주변에서 지나치다 할 정도로 네게 올인하던 거.

그 마음 변치 않았으니 넌 즐겁고 건강하게만 자라면 된다.

넌 아빠 엄마에게 세상 유일한 보물이니까.

생일 축하해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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