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야 식당 10

전복

by 능선오름


심야 식당 10

전복 손질은 어렵지 않아.
일단 수세미로 대강 껍질과 완강히 오므리고 있는 살 부분을 벅벅 문지르는 거지.
사실 그토록 깨끗하게 닦진 않아.
왜냐면 얘들은 다시마 나 미역에 붙어서 먹고 살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커멓게 보이는 부분은 바다의 일부...라고 나는 주장해.
일단 귀찮아서.
그리고 둥그스름 한 부분 말고 껍질이 날렵한 쪽이 주둥이 쪽인데,
거기에 수저를 들이밀어서 끝까지 밀면 관자가 잘 분리 되게 돼.
그다음 손톱으로 몸통에 붙은 내장 부분을 집어서 주욱 훑어 빼면,
얇은 막이 찢겨 나오면서 전복 내장 부분이 분리되지.
요령 있게 확 잡아떼면 전복 이빨이 함께 뽑혀 나오곤 해.


전복에 이빨이 있냐고? 있겠지.
걔들도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거 그대로 두고 요리하는 집들도 많아.
이빨 이라곤 해도 뭐 씹다가 이가 부러질 일은 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좀 찝찝해서 나는 일부러 꼭 빼내곤 해.
그렇게 분해를 한 후 찬물에 씻어서, 몸통 따로 내장 따로 놓지.
아, 그 작업을 하지 전에 마른미역은 미리 물에 담가 놓아야 해.
그리고 앞서 만들어 놓은 해군 육수에 전복껍데기를 넣고,
중불에서 달달달 끓여서 더 맛난 육수를 만들지.

일단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물에 부푼 미역을 달달달 볶아 주는 거야.
어두컴컴하던 미역에 은근 초록색이 돌기 시작할 때쯤,
전복내장을 칼로 다다닥 다져서 함께 볶아 내는 거지.
거기에 마지막으로 전복을 듬성듬성 잘라서 넣고 슬쩍 볶다가 육수를 붓지.
그러면 전복 내장 덕분에 아주 뽀얀 국물이 우러나기 시작할 거야.
국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보글보글 끓여주면 끝이야.
간장의 탁한 색이 싫으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도 좋아.
이렇게 미역국을 끓이면 아주 진하게 마치 사골국물처럼 뽀얀 미역국이 나와.

뽀얀 게 싫다고?
그럼 뭐 전복만 빼고 그냥 만들어둔 만능 육수로 미역만 볶아서 만들면 끝.
하지만 나는 꼭 이런 방식으로 전복 미역국을 만들어.
생일이잖아.
그 비싼 전복이 들어간 미역국.
어쩐지 대접받는 느낌 아니야?

뭔가 조금 특별하게 더 진한 맛을 내고 싶을 때는,
간으로 까나리 액젓을 슬쩍 넣어서 맞춰도 좋아.
그러면 은근 감칠맛이 나거든.
요건 각자의 양을 가늠하는 스킬에 따라 차이가 있으니 백퍼는 아니야.
이제 미역국이 완성되었으니, 그녀 앞에 놓기만 하면 돼.
우리 집 흔한 반찬 몇 가지와 함께 말이지.

전복

영어로 ear shell이라 부른다지
귀 조개 라
아마 너는 귀 기울여
들어주기를 좋아하나 봐
철썩 처얼썩 파도 소리도 듣고
바닷가에 내쉬는 한숨 소리도 듣고
멀리 돈 낚으러 나간
아버지 뱃길 노 젓는 소리도 듣고

그리 듣다 듣다 정작
잡으러 온 소리 듣지 못하고
꾸멀꾸멀 그냥 잡히고 말았나 봐
엄마가 그랬지
남의 말 너무 듣지 말라고
그리 듣다가 당하는 일 많다고

엄마
그래도 껍질은 화려 했잖아요
대갓집 장롱이며 화초장이며
다 내 껍질로 치장했잖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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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네이버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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