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심야식당

심야 식당 13

파스타 블루스

by 능선오름


심야 식당 13

그 집에 가면 대충 뭐든 비스무리 하게 만들어 준다고 소문이 난 모양이야.
분명 가정식 백반 전문이라고 간판에 강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따금 다른 나라 음식들을 요구하는 손님들이 자꾸 생기는 걸 보니까.
뭐 어때. 할 수 있으면 하고, 안되면 못한다 잡아떼면 그만이고,

맛이 좀 다르다고 시비 걸어도 내겐 ‘가정식’이라는 우월한 방패가 있으니까.

일전에 짜장면으로 시비를 걸던 남녀는 의도치 않게 단골이 되었어.
알고 보니 남자는 근처 무역회사 직원이고,

여자는 그 무역회사가 들어있는 빌딩 일층의 은행 직원이라고 하더군.
그 커플은 어딘가에서 꼭 다투고 나면 우리 집을 오더라고.
공간이 좁아서도 그렇고, 아무래도 음식을 앞에 두고 의도치 않게 바짝 붙어 있다 보면,

은근히 화해가 된다는 걸 잘 알게 된 모양이야.
그 남녀가 등장할 때마다 나는 좀 불안하곤 했어.
또 무슨 음식을 주문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말이지.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도 두 남녀는 부루퉁한 얼굴로 들어와서는 파스타를 만들어 달라는 거야.
게다가 그날은 좀 다툼이 심했는지 제각각 다른 걸 주문하더군.
귀찮게 스리.
왜 꼭 싸우곤 우리 집에 오느냐 말이야?
사랑싸움도 저 정도 되면 좀 곤란스러운데.

여자는 알리오 올리오를, 남자는 봉골레 파스타를 주문하더군.
곁자리에서 가정식 백반을 먹고 있던 사람들은 몹시 흥미로운 얼굴로 그 남녀와 나를 번갈아 보더군.
이 김치 냄새 가득한 식당에서 뜬금없이 파스타라니? 하는 얼굴로 말이야.
근데 뭐.
알다시피 파스타라는 게 뭔가 양식 냄새를 좀 풍기긴 하지만, 별게 아니야.
기본적으론 이탈리아 식 국수 지 뭐.
원래 파스타가 뭐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여행을 다녀와서 이탈리아에 전한 중국 국수 가 원조라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유럽 쪽에서 밀가루로 현대 라자냐 비슷한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은 있지.
하지만 지금 같은 형태의 건 파스타가 발명된 건 이탈리아라는 게 정설이기도 하고.
동서양을 막론하고, 밀가루가 있으면 뭔가 반죽을 만들어서 음식을 만들어 먹었었고,
그중 국수 형태가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니 다를 게 있나.
내 관점에서는 그냥 서양식 비빔국수 종류라고 봐.
물론 국수 형태의 스파게티니 말고 도 파스타 종류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의 형태를 갖고 있으니,

반드시 국수라고 말하기에는 좀 어렵지만 말이야.

저 남녀 커플은 아무튼 처음 우리 가게 온 날부터 시작해서 꾸준히 내게 도전 의지를 만들어 주니,

고맙다고 해야 하나.
뭐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겠어.
저 남녀 커플이 결혼식을 한다고 하면 분명 잔치국수를 손님들에게 대접하리라는 것.





파스타 면 종류. 네이버 이미지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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