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는 어디에 있을까
심야 식당 14
파스타 종류야 엄청나게 많긴 하지만, 우리 식당은 역시나 가정식이거든.
가진 거라곤 흔하디 흔한 스파게티니 밖에 없어.
그러니 뭐 그걸로 다 하는 거지.
일단 오래 걸리는 스파게티 삶기부터 시작해야지.
물에 굵은소금을 뿌려 넣고 끓기 시작하면 파스타면을 넣는 거야.
이탈리안 사람들이 좋아하는 ‘알덴테’는 동그란 면 중앙이 약간 덜 익는 걸 말하는데,
그래야 씹을 때 약간 씹는 맛이 있다는 거야.
그런데 한국식당에서 그리 내놓으면 간혹 면 덜 익었다고 항의가 들어온다고 해.
뭐 아무튼 알덴테로 하려면 한 9분, 완전히 익히려면 11분 정도.
불 세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그 정도면 되는 거지.
이탈리아 셰프들은 면 익기를 볼 때 한가락을 건져 벽에 집어던진다고 들었어.
그랬을 때 벽에 척! 하고 달라붙으면 잘 익은 거라나. 아 몰라. 난 시간만 볼 거야.
일단, 알리오 올리오는 올리브기름을 두른 팬에 마늘 편을 넣고 약간 노랗게 변할 때까지 볶아 주는 거야.
취향 따라 느끼한 거 좋아하면 가염 버터를 써도 괜찮아.
이때 불이 너무 세면 타 버리니 중불 정도가 좋아.
적당히 익었을 때 익혀진 파스타면을 건져 찬물에 헹궈서 팬에 넣고,
검정올리브를 나박나박 썰어 넣고 그린 올리브도 넣고 달달달 볶아 주면 끝. 얼마나 간단해?
좀 더 ‘멋짐’을 강조하려면 페페론치노라고,
말려 올리브에 절인 빨간 고추 좀 넣어주면 좋고.
이래놓고 ‘알리오 올리오’ 라 부르면 뭔가 세련된 느낌 아니야?
근데 뭐 원뜻은 ‘마늘과 기름’ 이거든.
뭐든 이태리어로 옮겨 놓으면 어쩐지 약간 거창하거나 세련된 것 같지만, 별게 아니야.
걔네들이 자랑하는 고급세단 중 마세라티라는 게 있지.
그중 모델명이 ‘콰트로 포르테’라고 있어. 뭔지 몰라도 좀 간지 나 보이잖아.
그런데 원뜻은 그냥 문짝 네 개..... 깨잖아.
봉골레는 말이지. 그냥 ‘조개’ 야. 별 뜻 없어.
앞서 알리오 올리오와 순서는 비슷한데 거기에 모시조개 나 바지락을 넣는 거야.
거기에 청주 나 화이트와인을 부어서 조금 잠기게 해서 끓여 주는 거지.
화이트 와인을 쓰면 단맛이 좀 강해서 호불호가 있긴 해.
어차피 조개가 끓여지면서 바닷물을 내뱉으니 별도로 간을 안 해도 그만 이야.
간단하지?
이렇게 지지고 볶은 파스타를 접시에 올리고 위에 파슬리 가루와 파마산 치즈가루 솔솔 뿌려주면 그럴듯하다니까.
뭐 가정식 파스타가 이 정도면 출세한 거 아닌가?
음... 봉골레는 취향에 따라 오일파스타가 아닌 토마토소스 쪽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늘은 그 소스 없으니 그냥 내 맘대로 오일 파스타 야.
대부분 요령 아니겠어?
플레이팅 신경 써 주려면 국수를 접시 가운데로 돌돌 말아 약간 삼각뿔처럼 만들고 그 주변에 건더기들을 두르는 거야. 그리고 그 산꼭대기에 파마산 치즈와 파슬리 가루 뿌려주면 그럴듯해.
뭐, 맛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니지만.
만약, 맛을 봤는데 뭔가 좀 허전하다 싶을 때가 있어.
대부분 오일 파스타들이 좀 심심한 편이니까.
그럴 때는 서양식 요리 비장의 MSG. 송로버섯을 이용하는 거야.
송로버섯 오일을 마지막 볶을 때 살짝 뿌려 주거나,
병조림 송로버섯을 조금 그라인더에 갈아서 살살 뿌려 주는 거지.
그럼 놀라운 게, 갑자기 미슐랭 식당 파스타 맛 비슷하게 변해.
이 트러플이라는 버섯은 좀 비싸고 드문 데다가,
실제의 맛은 그다지 무 맛이지만 요게 섞여서 열을 받으면 기막힌 풍미를 주거든.
그야말로 비장의 라면수프 라 할 수 있지.
자, 이제 싸움 좀 그만하시고 이탈리아 식으로 사랑 좀 끈끈하게 질퍽하게 하시지.
올리브는 어디에 있을까
오래전 어린 시절 동화 이야기 들
늘 올리브 나무 이야기 들이 나왔었네
올리브 열매 이야기들도 나오곤 했지
간혹 잡지 사진으로 나오는
멋진 외국 레스토랑 음식 사진에
네모난 비스킷 위에 올려진 올리브 절임들이
어쩐지 맛나 보여 군침을 흘렸지
세월이 흘러 처음으로 먹어 본 올리브
이다지도 짠 건지 쿰쿰한 것 같은 맛
어쩐지 발효된 메주를 뜯어먹는 느낌
그래도 뭔가 세련으로 보이려고
애써 우아하게 목 넘기는 허세의 저녁
이제는 알게 되었지
그 올리브 사연이 그토록 많았다는 걸
이미지 네이버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