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두 사람이 짭짭 거리며 파스타를 먹는 걸 보니,
서로 조금 마음이 풀어진 모양이야.
사실 젊은이 들은 오일 파스타도 즐기지만,
나이가 들수록 토마토소스 파스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아무래도 올리브오일의 느끼한 맛 때문 일 것 같은데,
그럴 때는 올리브 오일에 마늘이나 조개를 볶을 때 청양고추를 몇 쪽 잘라서 넣어둬도 좋아, 페페론치노라고 유럽에서 쓰는 말린 고추도 좋지. 강하지 않지만 은은한 매콤함이 한국인 입맛에 딱이야.
그러면 매콤한 맛이 감돌면서 오일리 한 느낌이 좀 줄어들곤 하지.
토마토소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토마토로 만들 수 있는 요리들이 제법 있어.
게다가 아주 오래 공을 들이지 않아도 그럭저럭 뭔가 레스토랑스러운 토마토 요리 들이.
우리나라에서야 오래도록 토마토는 그저 설탕 뿌려 먹거나 그냥 먹거나였지만,
지금이야 온갖 외식체인에서 내용물 없이 마구 빨간 소스에 비벼진 파스타를 내놓곤 하는 게 흔하지.
전문레스토랑 아니면 뭐 그냥저냥 비슷하지만,
요즘은 슈퍼나 마트에도 토마토소스가 인스턴트나 병조림으로 많이 나오기도 하니 흔한 음식이 되었지.
하지만 그래도 우리 식당은 가정식을 주장하는 식당이야.
거기에 시중에서 파는 소스를 갖다 붓는 건 조금 양심에 거슬리는 일이지.
그래서 이따금 토마토소스 비슷한 것을 만들어 두었다가 쓰곤 해.
왜 비슷한 것이라고 하느냐면,
내가 만드는 방식도 사실 딱히 이탈리아 방식은 아니거든.
귀찮은 게 싫어서 미리 왕창 만들었다가 냉동실에 보관했다 쓰곤 하는데,
이게 묽으면 헝가리식 토마토수프 가 되기도 하고,
거기에 이것저것 첨가해서 걸쭉하게 만들면 파스타 소스로 쓰기도 하고 그러거든.
이를테면 내 맘대로라 이거지.
이것도 폐식재료 짜장 만드는 것과 좀 비슷해.
양파, 감자, 양송이버섯, 당근 간 고기 등 유효기간이 조심스러울 식재료들을 몽땅 다지는 거야.
기왕이면 셀러리가 있으면 좋고. 셀러리의 강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긴 하는데,
이게 토마토소스에 들어가 익혀지면 나름 아삭한 맛이 좋은 편이거든.
폐기 대상 재료들을 난도질해놓고 토마토 베이스를 만들어야 해.
토마토는 꼭지 반대 부분에 십자로 칼집을 넣어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치는 거야.
그러면 겉 표면의 얇은 피막이 홀랑 벗겨지거든.
이걸 안 하면 뭔가.... 껍질의 섬유질 때문에 식감이 좀 걸리기도 하고 입안에 깔깔해.
그걸 찬물에 넣어서 일단 겉껍질을 벗기고,
네 토막으로 나눈 후 속에 든 물컹한 씨앗 부분들을 빼야 해.
그냥 넣으면 물도 많이 생기고 시큼한 맛이 강해지거든.
유럽의 요리 레시피에 등장하는 토마토와 우리나라에서 파는 토마토는 조금 종류가 달라.
유럽 것은 물기가 적고 찰기가 강해서 요리에 쓰기 좋은데 우리나라 것은 그냥 먹기에 좋은 상태라 그런지 좀 묽고 물기가 많이 나오거든.
그다음 토마토 과육들만 잘 다져서 베이스 재료를 만들고,
시중에서 파는 토마토 홀 캔을 따서 넣는 거야.
이건 조리가 안 된 일종의 토마토 알갱이 농축이라 보면 되는데 많이 걸쭉하거든.
뻑뻑할 정도야.
이게 안 들어가면 토마토 페이스트가 너무나 묽어서 그 맛이 안나.
자, 먼저 폐재료 들을 단단한 것부터 버터를 두른 냄비에 들들 볶아.
그리고 토마토 베이스재료 와 토마토 홀 내용물을 넣는 거야.
그러면 조금 걸쭉한 재료들과 야채류에서 나온 육수들이 섞여서 적당히 뭉근한 수프 비슷한 게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소금을 간 하거나 하기도 하고 육군육수를 넣기도 하지만 이건 졸이는 시간이 너무 걸려서 나는 개인적으로 치킨스톡을 넣곤 해.
그럼 감칠맛이 나거든.
그렇게 다 섞은 후 약불에 한 십분 정도 졸이면 헝가리식 야채수프 가 되고,
더 오래 끓여서 물기를 많이 날리면 파스타 소스라고 나는 우기지.
헝가리 나 이태리 사람들이 기겁할 거라고?
뭐 어때. 시중서 파는 소스보다는 훨 맛나.
때로 홍합을 깊은 냄비에 넣고 이 소스를 넣고 끓여주면 요것도 맛나.
단순한 홍합찜과 다른,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유명한 ' 레옹'이라는 홍합스튜집에서 파는 것과 아주 유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