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라떼는 말이야 5

다들 너 안쳐다 본다니까?

by 능선오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안 느낄 수는 없을 거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정의가 아니어도 사람들은 무리를 이뤄서 사니까.

개중에는 타인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해서 ‘빌런’ 소리까지 듣는 사람도 없진 않지만,

대부분 사람은 그렇지 않지.

아빠도 그랬었고 너 또한 타인의 시선을 꽤 의식하는 편이긴 해.


내 머리 모양이 이상한가? 나에게서 혹시 무슨 안 좋은 냄새가 나나?

오늘 내 옷차림이 좀 너무 튀나?

앞에서 발표할 일이 있는데 말실수라도 하면 어떡하지? 등등

뭔가 내게서 원인을 찾으려고만 한다면 끝도 없지.

그게 심하면 타인들의 앞에 나서기를 두려워하는 병 아닌 병도 생기게 되고,

어떤 실수를 했을 때 그것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주목받거나 비난받을까 봐 전전긍긍하기도 하지.


그런데 말이야.

대체로 사람들은 너에게 관심이 없어. 미안한 말이다만.

네가 결코 안 예뻐서, 혹은 보잘것없어서,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사람들이 먼저 ‘나’의 생존을 최우선 순위로 둔다고 했지?

그것과 같은 맥락이야.

사람들은 ‘나’ 외에 관심을 두는 경우란 특별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사가 아니고는 관심이 없어.

그리고 그 특별하다는 사람들도 시간이 지나고 이슈 거리가 없으면

그냥 사람들의 기억에서 대개 다 잊혀.

세대가 바뀌면 더 심하지.


네가 어른이 되었을 때도 그런 단어가 존재할진 모르지만,

요즘엔 떠도는 유행어 중 ‘관종’이 있지. ‘관심 종자’의 준말이야.

표준어는 아니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 소셜 네트워크가 다양해지다 보니

불특정 다수로부터 관심을 끌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맞아.

그런 관심들이 쏠리면 소위 ‘돈 되는 일’이 생기니까.

하지만 그런데도 금방 잊혀.

왜일까?


관심을 끌었다고 자기 자신과 직접적으론 전혀 상관없는 사람에게 계속 관심을 두는 일은 흔치 않아.

아빠가 실험해본 일이야.

아빠가 크진 않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여럿 근무하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잖아.

그런데, 일부러 일주일 내내 같은 옷을 입고 출근을 해도 아무도 알아보지 않아.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 무심한 성격이라 그런 거 아니냐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들끼리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야.

별것 아닌 소지품 하나 바뀐 것도 시시콜콜하게 참견하거든.

물론 그들 또한 서로 관심을 둘만 한 사이끼리만 그래.


네가 만약 어떤 자리에서 발표하다가 실수를 했다고 쳐.

그래서 와르르 웃음이 터지거나 혹은 발표를 듣는 누군가에게 비난을 받았다고 치자.

그런데 그 상당수는 다음날 그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는 거야.

사실이 그래.

자기 자신과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끼리도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다 잊고 기억하지 않아.

심지어 방송 매체에서 우스갯거리로 이른바 ‘스타’의 ‘흑역사’라는 것을 주제로 꺼내어 다시 한번 웃음거리로 만드는 경우도 흔한 편인데,

대중은 금방 잊어버려.

그러니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일생 살아가며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나 좀 남다른 행동들이 주변 사람들에게 그렇게 각인이 되는 예는 없어.

불특정 누군가의 시선을 두려워한다면 그건 그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네 마음의 문제일 뿐이야.

타인들은 생각 외로 잘 모르는,

알더라도 자신과는 크게 관련이 없는 사람의 일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심해.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기억 안에서 ‘흑역사’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개 혼자만의 흑역사이지 타인들의 기억에는 존재하지 않아.

설사 기억을 한다 해도 좀 다른 식으로 가볍게 기억하는 게 보통이야.


그러니 딸아.

너는 살아가면서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어.

대부분은 너를 굳이 관심 있게 쳐다보지 않아.

서운할 수 있겠지만 사실이야.

오히려 그 덕분에 타인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역설.

물론 어떤 직업을 택했는데 그 직업상의 특성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많이 받아야만 좋은 경우들도 있어.

그렇지만 그 사람들 역시 일상의 보통 생활,

이를테면 마트에 가거나 편의점에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주변 사람들이 온통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주목한다면 불편할 거야.

그래서 연예인들이 외국에 나가 여행할 때 자유로움을 느낀다고도 하지.

하지만 대부분 보통의 사람들은 타인들이 그렇게 주목하지도 않고,

주목받는다 해도 아주 잠깐일 뿐 다 각자 자기 살기에 바빠.


네가 살면서 스스로 ‘흑역사’ 라거나 기억만 해도 몸서리쳐지는 기억이 있다고 해도

실제로 시간이 흐르면 타인들은 그걸 기억하지 않아.

그러므로 너는 타인들의 시선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네가 혹시 실수해서 창피할까 봐 두려워할 이유도 없는 거야.

그 순간이 지나면 그뿐이야.

네가 굳이 타인들이 절대 입지 않는 눈에 튀는 옷을 입거나 특이한 헤어스타일을 하거나 다수가 모인 장소에서 지나칠 정도로 툭 튀는 언행을 하지 않는 이상,

다들 자신의 휴대전화기 화면 쳐다보기에도 바쁠 거야.


딸아.

아빠도 어릴 때 꽤 숫기가 없고 소심해서 타인들 앞에서 뭔가를 할 때는 하루 전날부터 걱정하곤 했었어.

그런데 지나고 보면 아무도 내가 뭘 했는지 크게 기억을 않더라고.

그런 거야.

세상은 자신과 밀접한 타인 말고는 대체로 관심이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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